우리나라가 처음 5G 상용화를 시작한 이후 끊임 없이 받는 질문이 있다. 밀리미터파(mmWave) 5G는 대체 언제 시작하는가다. 이동통신사업자마다 서브-6(Sub-6)로 부르는 6GHz 이하 5G 망을 우선적으로 깔아 되도록 많은 지역에 5G 신호를 내보내는 데다 이를 활용하는 여러 서비스도 내놓았지만, 밀리미터파 신호를 아직 내보내지 않다 보니 반쪽이라는 불평이 뒤따르면서 이 질문이 거듭되는 상황이다.
밀리미터파가 없다 해도 5G를 못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장점을 확실하게 강조하는 데 있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더 넓은 대역폭과 더 짧은 지연 시간을 제공하는 5G 이동통신이 이전과 다른 경험을 줄 것이라고 꾸준히 말해왔으나, 밀리미터파를 없는 상황에서 실제 현장이나 소비자가 얻는 이득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참고로 밀리미터파에 대한 설명은 앞서 ‘완전체 5G 향한 필수 영양분, 밀리미터파(mmwave)‘ 글에서 아래와 같이 정리한 바 있다.
“… 밀리미터파는 24GHz 이상의 고대역 주파수다. (주파수 특성은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28GHz, 39GHz 등이 포함된 24GHz~52.5GHz 대역의 주파수를 5G 통신을 위해서 쓸 수 있도록 새로운 NR(New Radio) 범위를 명시했다. 더 즉각적이고 빠른 5G를 위해서 밀리미터파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후략)”
더 많은 장치를 수용하도록 설계된 5G
무엇보다 더 넓은 대역폭의 의미를 우리나라에서 빠른 전송 속도로만 해석하고 있어 이용자에게 그 혜택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5G를 준비했던 배경이 이용자뿐 아니라 자율 주행 자동차나 로봇 등 사물 인터넷 같은 장치 증가에 대비해 그 수용성을 늘린 것을 대부분 설명하지 않아 왔다.
이는 5G의 주파수 대역폭을 넓히고 세분화된 대량의 안테나 어레이 구조(Massive APAA)로 바꿔 더 많은 사람이나 장치가 동시에 주파수를 나눠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론적으로 5G가 LTE보다 100배 더 빠른 최대 10Gbps를 전송하는 규격이란 점을 강조하지만, 한편으로 동일 면적의 데이터 수용량에서 1,000배 더 높다는 것은 잘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다. 즉, 종전 LTE 기지국 하나로 100명이 접속할 수 있었다면, 이론적으로 5G는 기지국 하나로 10만 명이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브-6와 밀리미터파를 결합하고 대규모 안테나 어레이로 바꿔 1,000배의 수용성을 가지는 5G 기지국은 다른 말로 기존 LTE 기지국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 테면 대규모 콘서트나 경기장 등 한 공간에 갑작스럽게 사람이 많이 몰리면 LTE는 그 접속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5G라면 적은 수로도 별 문제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이론으로 그친 게 아니다. 밀리미터파 5G를 상용화한 미국에서 실제 실험으로 확인한 부분이다. 지난 2월 2일, 미국 마이애미 하드락 스태디움에서 개최된 슈퍼볼 결승전은 약 6만5천 명이 직관했다. 당시 미국 이통사와 퀄컴은 경기장 안의 모든 관객과 통신 장비를 연결할 수 있는 LTE와 5G를 망을 구축했다. 이때 무선 접속을 위해서 경기장 98%를 커버하는 데 100개의 LTE 장비를 쓴 반면 밀리미터파를 지원하는 단 8개의 5G 장비만 썼다. 장비 수는 1/10에 불과했지만, 다운로드 속도와 고화질 스트리밍, 콘텐츠 공유에 필요한 전송 요구 수준을 수용한 것으로 이후 미국 대형 경기장 40개에 이 같은 밀리미터 5G를 구축한 상태다. 비록 밀리미터파의 짧은 도달 거리는 5G의 단점이지만, 그 범위를 제한한 일정 공간에서 대규모 접속을 수용하는 데 있어 얼마나 효율적인지 보여준 셈이다.
이는 이용자에게도 안정된 접속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믿음을 준다. 수많은 인파가 한 곳에 몰릴 경우 심심치 않게 발생했던 통신 접속 장애 같은 불편한 경험을 확실히 줄여줄 수 있어서다. 물론 이용자의 스마트폰이 밀리미터파 5G를 지원해야 이러한 효과를 확실히 누릴 수 있는데, 이 역시 밀리미터파 5G를 아직 지원하지 않는 국내 이동통신 환경 탓에 이용자가 쓰는 5G 스마트폰마저 밀리미터파를 위한 준비가 갖춰지지 않았다.
우리도 밀리미터파 5G 실험을 시작하다
만약 우리가 밀리미터파를 지원하는 5G 이동통신이 서비스되고 있고 이 환경에서 작동하는 5G 스마트폰을 쓴다면 앞서 설명한 통신 장애가 거의 없는 것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어쩌면 이용자가 체감하는 실제 전송 속도도 크게 증가했음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그냥 상상만은 아닌 듯싶다. 얼마 전 시그널스 리서치 그룹이 퀄컴과 시카고 시내에서 진행한 테스트로 확인한 부분이라서다. 시그널스 그룹은 서브-6와 밀리미터파 주파수 대역을 모두 합쳐 800MHz의 대역폭을 갖춘 5G 망의 다운로드 속도가 3.2Gbps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 이전 테스트에서 나온 3Gbps보다 좀더 높은 측정치다. 그 이전 테스트는 6GHz 이하 5G에서 500Mbs, LTE에서 15Mbps의 평균 속도를 보였는데, 밀리미터파 5G 대역폭에서 테스트한 3Gbps 대비 각각 6배와 20배 더 느렸다. 결국 밀리미터파 5G는 이용자에게 전송 속도의 강점을 갖고 있다.
이처럼 밀집 지역에서 안정적인 망 연결과 전송 성능을 가진 밀리미터파 5G는 지금 우리가 누리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밀리미터파 적용을 계속 미루기만 하는 건 아니다. 밀리미터파를 적용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도 나오는 데다, 우리나라도 공항이나 대학, 공단 등 좁은 지역 단위긴 해도 밀리미터파 5G 망을 구축하고 실증 사례를 하나씩 확인하며 본격 적용을 위한 시험을 진행 중이라서다. 최근 인천공항 방역을 위해 SK텔레콤이 밀리미터파 5G를 구축했고, KT는 수원 공공체육시설의 비대면 강의를 위한 밀리미터파 5G 망을 깔았다.
<표. 밀리미터파 5G 실증 시험 현황)
이통사 |
지역 |
용도 |
LG유플러스 |
구미 |
금오공대내 영상 수업 및 AI 보안, 기타 산학 협력 |
전주 |
아파트단지 공기질 및 오염원 모니터링 |
|
안산 |
반월/시화산업단지 안전관리 |
|
SK텔레콤 |
인천 |
인천국제공항 방역 시스템 체계 |
KT |
수원 |
수원 공공체육시설 비대면 강의 |
특히 눈 여겨 볼 곳은 구미 금오공대다. 금오공대는 유플러스와 함께 다른 곳보다 앞서 28GHz 밀리미터파 주파수 기반의 5G 실험을 시작한 곳이다. 유플러스가 지난 여름 28GHz 5G 장비를 구축했는데, 정확한 장비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교 전체에 5G 신호를 보내는 터라 거의 지연 없는 실시간 고화질 영상 수업과 AI 기반의 교내 보안, 산학연구를 위해 학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기업 등에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에선 이용자들이 밀리미터파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 정식 출시되진 않은 LG V60 수십대가 이곳에서 쓰고 있다. 미국에 출시된 V60은 28GHz 5G를 지원하는 안테나를 내장하고 있는데, 예비용을 포함해 모두 70대가 공급되어 시험 중이다. 아마도 금오공대와 유플러스의 5G 실증 결과가 공개되면 28GHz 밀리미터파에 대한 효용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도 5G 밀리미터파를 좀더 가까운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경기장처럼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이나 학교나, 사물 인터넷 기반의 공단이나 시설처럼 연결이 많은 장소에서 머지 않아 밀리미터파까지 아우른 완전체 5G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2021년 이통3사가 각각 28GHz 기지국을 1만5천 대씩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곳도 더 늘어날 듯하다. 밀리미터파 5G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덧붙임 #
-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 날자가 모두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0년 12월 8일에 공개되었습니다.
Be First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