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1의 노트북 트렌드

CES는 언제나 PC의 흐름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물론 PC는 다른 혁신 분야에 밀려 CES를 이끄는 기술 트렌드에 언급 되는 일이 줄어들었지만, 그나마 가장 당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신제품이 쏟아지는 점에서 CES는 PC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임은 틀림 없다.

때문에 레노버, HP, 델, 에이수스, 레이저 등 수많은 PC 기업들이 CES에서 저마다 준비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간접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행사인 CES 디지털로 치르는 까닭에 이들 제품을 직접 확인해 볼 기회가 사라져 아쉽게 됐다. 그래도 PC 기업들은 CES 디지털이 열리는 기간(1월 11일~14일) 동안 적지 않은 PC 제품군을 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올해의 PC 트렌드를 점검해 본다

원격 연결을 강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이나 학교에 출근과 등교를 하지 않고 다른 장소에서 근무하거나 교육을 받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에 필요한 기능을 무엇으로 채울지 궁금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아주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아주 색다른 기능이 추가된 것은 거의 없지만, 한 가지 강조된 것은 있다.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원격 근무로 인한 PC의 이용을 더 증가시켰지만, 직장이나 학교에 연결 시간이 더 늘어난 점을 감안한 보완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듯하다.

CES2021에 등장한 LTE 또는 5G 옵션을 가진 노트북들. 인텔과 ARM 프로세서를 쓰는 적지 않은 노트북에 통신망 연결 옵션이 추가됐다.

때문에 전년에 비해 이러한 연결성을 강화한 제품들이 눈에 띈다. 특히 어지간한 고급형 비즈니스 PC들은 LTE나 5G 연결 옵션을 제공한다. 지난 해에도 이러한 현상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CES에서 더 많은 제품이 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작은 변화다. 더불어 무선 랜도 와이파이6 뿐만 아니아 6E까지 갖춰 향후 향상된 연결에 대비하도록 했다.

AMD의 약진
사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에 하나는 AMD 기반 노트북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인텔 기반 제품에 비하면 아직 숫자가 적지만, CES 같은 특정 시기에 발표한 제품군을 보면 지난 해보다 훨씬 늘어났음은 틀림없다. AMD는 라이젠 5000을 탑재할 예정인 제품은 150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그 중 일부가 CES에서 공개된 것이다.

그런데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적용 범위 및 폼팩터가 다양화된 게 흥미롭다. 가장 보편적인 윈도 기반 노트북은 물론이고, 라이젠을 탑재한 크롬북도 등장했다. 노트북과 태블릿을 동시에 쓸 수 있는 투인원 제품군에도 AMD 라이젠 프로세서가 들어갔고, 게이밍 노트북도 제법 눈에 들어올 정도다.

이러한 배경은 AMD가 이번 CES 기조 연설에서 젠3 아키텍처 기반 라이젠 5000 모바일 프로세서를 발표한 영향이 크다. 기조 연설 뒤 공개한 13개 프로세서 가운데 젠3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는 모두 10개로, 코어 대부분이 6개 또는 8개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기존 H와 U 레이블에 이어 고성능 HX 레이블까지 함께 공개하면서 관련 제품들도 함께 공개됐는데, 이는 게이밍 노트북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CES 2021에서 공개된 AMD 게이밍 노트북들. 예상보다 많은 게이밍 노트북에서 AMD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다만 라이젠 5000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과 별개로 모바일용 게이밍 GPU와 업무용 시장에 최적화된 플랫폼은 아직 덜 갖춰친 인상이다. 특히 보안 특화 플랫폼으로 기업 시장에 초점을 맞춘 인텔 v프로 플랫폼 프로세서에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없고, AMD 모바일 GPU 대신 엔비디아 GPU와 합을 이룬 게이밍 노트북이 여럿인 점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ARM 노트북은 여전히 미풍
어쩌면 ARM 기반 노트북을 CES 2021에서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아쉬움이 클 것 같다. AMD의 약진과 다르게 이번 CES에서 ARM 기반 노트북은 PC 기업들에게 여전히 주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PC 제조사들 가운데 ARM 제품을 선보인 곳(레노버, HP, 델)이 있기는 했지만, 큰 흐름으로 볼만큼 신제품이 넉넉하게 등장하진 않았다. 물론 지낸 해에 비하면 좀더 늘어난 것은 분명하고 5G를 지원하는 점은 나아진 부분이다.

HP 엘리트 폴리오 13. 퀄컴 스냅드래곤 8cx 2 Gen을 탑재한 제품으로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5G와 델 래티튜드 9420 5G와 함께 발표된 ARM 기반 투인원 노트북이다.

물론 아직 시기적으로 새로운 ARM 노트북 제품군이 등장할 시기는 아니다. ARM용 윈도 10 노트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프로세서가 2년 전에 나왔던 퀄컴 스냅드래곤 8cx 뿐인 까닭에 오늘 날의 요구 수준을 맞추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ARM 노트북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려면 퀄컴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PC용 ARM 프로세서를 내놓을 때라야 될 듯하다.

성능 향상된 게이밍 노트북
게이밍 노트북은 해마다 성능이 향상됐지만, 어딘가 정체된 부분이 있었다. 특히 화면 재생율은 1080p에서 120Hz, 4K일 때 60Hz로 수년 동안 변함없이 일관되어 왔으나 이번 CES에서 이 부분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CES 게이밍 노트북 중 상당수가 1440p를 지원하고 240Hz의 높은 재생율을 갖췄다는 점이다. 4K의 재생율까지 높이는 데 한계는 있지만, 픽셀 수와 재생율 증가는 더 큰 화면의 게이밍 노트북에서 좀더 선명하고 부드러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엔비디아 RTX 3070과 3080 노트북의 특징들. 1440p를 게이밍 노트북의 기본 조건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성능 개선에 필요한 건 GPU 파워였는데, 이를 뒷받침한 게 엔비디아 RTX 30 시리즈다. 엔비디아는 CES 2021 온라인 브리핑에서 RTX 30 시리즈를 채택한 노트북이 크게 증가했고 특히 3070 기반 제품에서 1440p 장면을 초당 90프레임, 3080 기반 제품에서 1440p 장면을 초당 100프레임 이상으로 제공하는 제품을 더 늘렸다. 아마도 이번 CES를 기점으로 게이밍용 노트북의 보편적 성능에 대한 기준이 바뀌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라진 실험실 제품들
CES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아쉬운 점은 실험실에서 개발 중인 콘셉트 제품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각 PC 제조사들이 시장에 내놓을 제품 위주로 온라인 브리핑을 진행한 까닭에 그 이외의 정보는 모두 차단된 탓이다. 물론 몇몇 독특한 폼팩터를 가진 눈에 띄는 제품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미 상용화된 제품의 기능이나 환경을 업그레이드한 것 이상의 변화는 없었다.

에일리언웨어 콘셉트 UFO. 스위치 스타일의 PC로 컨트롤러를 본체에서 분리할 수 있고, 본체를 TV에 연결하면 콘솔 게임기처럼 쓸 수 있다.

특히 지난 해 PC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였던 듀얼 스크린이나 폴더블 노트북 같은 제품들의 진행 상황을 이번 CES에서 확인할 길이 없었다. 물론 일부 폴더블형 노트북은 실제 상용화가 이뤄지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 해 CES에 잠시 얼굴을 비쳤던 몇몇 제조사의 듀얼 스크린 시제품이나 폴더블 시제품의 최근 근황을 설명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담은 제품을 적극 드러내진 않은 터라 오프라인 CES가 아닌 온라인 CES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레노버 씽크북 플러스 Gen 2. 더 큰 외부 e잉크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더 많은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확장했다.

다만 그나마 미니 PC에 대한 두어가지 눈에 띄는 실험 제품이 있기는 했다. PC용 부품을 담았으면서도 휴대 게임기처럼 쓰거나 손쉽게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크기를 대폭 줄인 제품이 일부 공개되면서 눈길을 끌기는 했다. 단지, 새로운 경험을 주는 제품으로 보기엔 이미 존재하는 폼팩터가 있던 터라 놀라운 도전으로 보기엔 아쉬움이 없진 않다.

덧붙임 #

  1.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1년 1월 18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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