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양한 나라에서 자국의 기술과 제품을 참관객에게 알리기 위한 국가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MWC에서 부스를 운영하기 위한 공간 비용이 매우 비싼 데다 참가할 수 있는 기업의 수도 제한되는 만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국가의 이미지를 담을 지 고민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러한 고민을 한다. 하지만 해마다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판에 박힌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하얀 배경에 답답한 칸막이형 부스와 디스플레이, 멀리서 보이지 않는 글씨가 빼곡한 패널을 붙여 놓은 형태는 올해도 반복됐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MWC19의 2400여개 전시 기업 중 무려 10%에 가까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이 참가했음에도 여전히 전시홀마다 분산되어 있었고, ‘I-Korea 4.0’이라는 해석도 어려운 슬로건과 전통 태극 문양 대신 정부 공식 문양마저 우중충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뺀 다른 국가의 부스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나라와 비슷한 곳도 있고 더 나쁜 곳도 여럿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 좋은 곳도 많았고, 충분히 배워야 부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모았다. 우리나라를 뺀 MWC19의 다른 부스의 모습들을…
스페인
가장 화려하고 공들인 공간이다. 물론 스페인 안에서 열리는 공간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명이나 부스, 참여 기업의 수도 매우 많다. 예전부터 가장 인기가 없던 중앙 통로를 활용한 덕분에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기업마다 충분한 부스 공간을 갖게 된데다 회의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다. 다만 전시회가 커질 수록 통로로 들고나는 참관객이 늘어나다보니 통로를 막고 있는 듯한 답답함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
라 프렌치 테크라는 이름의 프랑스 부스는 우리나라처럼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지만, 부스 형태는 비슷하다. 또한 프랑스라는 이름 대신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라는 브랜드를 쓰고 있으므로 국가명을 붙인 부스와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파란색에서 흰색으로, 또는 붉은 색에서 흰색으로 색상이 변하는 커다란 간판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징이 되고 있다. 프랑스 부스는 칸막이형 테이블이 있는 전형적인 부스지만, 모든 부스를 수평으로 나란히 세우지 않고 상황에 따라 대각선으로도 배치했다. 단순한 형태인데도 불구하고 색다른 형태와 칸막이마다 조명으로 포인트를 살렸다. 각 부스는 별도의 종이 인쇄물을 붙이지 않는 대신 디스플레이를 통해 정보를 표시했다.
이스라엘
지난 해와 느낌은 비슷하지만, 점점 세련된 형태로 가꿔가고 있다. 단순했던 사각형 부스에서 벗어나 마치 잘 꾸며놓은 카페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조명을 매우 잘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업들이 한 곳에 모여 있음에도 눈이 어지럽지 않다. 특히 부스의 특징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인쇄물 대신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잘 활용했고, 독립형 공간과 개방형 공간 등 공간의 일률적이지 않은 형태로 설계하고 그 안에 기업 부스를 배치해 결코 심심하지 않다. 국가관으로 뭉쳐 있어도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North Rhine-Westphalia)
의외의 발견이다. 정확하게는 노스 라인-웨스트팔렌(North Rhine-Westphalia) 지역 부스로 독일의 딱딱한 이미지 대신 완전 개방형 부스를 채택해 시원하면서도 훨씬 넓어 보인다. 부스 자체를 구분하는 것은 LED 등과 기업 간판 뿐, 출품 기업의 공간을 구분하는 칸막이도 설치하지 않고 책상과 컴퓨터, 그리고 디스플레이만으로 꾸몄다.
스웨덴
부스는 넓지 않았다. 다만 북유럽 국가의 특성을 살려 목재를 잘 활용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별다른 치장을 하지 않았지만 목재와 대형 화면을 활용해 정보를 공유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브라질
브라질 대표팀처럼 노란색 배경에 초록색 글씨로 브라질 관을 꾸몄다. 그리 많은 업체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넓은 느낌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 기둥을 적절하게 활용해 공간을 확보한 것이 인상적이다. 각 부스는 참여 기업의 이름과 작은 디스플레이로 기본 구성했고 앉아서 이야기하기 편하도록 책상 아래쪽을 뚫어 놓았다.
오스트리아
전체적으로 하얀 배경인 데다 부스를 나누는 칸막이가 없고 작은 디스플레이 칸막이를 설치된 곳도 키가 낮아 개방된 느낌이라 시원하다. 참여한 기업마다 테이블 앞에 이름을 적어두긴 했지만, 좀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뒤쪽에 계단 형태로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놓은 것이 흥미롭다.
터키
터키는 화려한 간판이 돋보인다. 참여 기업이 적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공간도 충분해 보이고 부스마다 기업의 이름을 조명으로 화려하게 표시했다. 별다른 종이 인쇄물은 보이지 않고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은 여느 국가관과 다르지 않다.
영국
영국 국기를 이미지화 했지만, 평범하고 딱딱한 분위기다. 마치 한국 부스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우리처럼 복잡한 포스터를 내걸진 않았어도 그렇다고 영국 국기 이미지를 빼면 별다른 특징은 보이지 않는다.
홍콩
넓은 부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아 보이지 않는다. 각 부스가 차지하는 공간을 최대한 넓게 보이기 위해 전시대의 위아래를 되도록 막지 않아 안과 밖까지 볼 수 있게 했고, 전시 제품이나 기술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간판을 달았다. 매우 실용적인 구성이다.
그리스
각 기업별로 작은 칸막이 부스를 배정하고 디스플레이를 통해 홍보 영상을 걸어 놓은 게 전부. 딱히 눈에 띄는 디자인은 아니다.
에스토니아
보통 부스를 등지는 형태로 배치하는 것과 다르게 지나하는 참관객을 위해 모두 통로쪽으로 두 업체의 부스를 붙여서 세우고 필요하면 안쪽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구조다. 화려함도 없고 뛰어난 부스는 아니지만, 효율성은 돋보인다.
파키스탄
아주 작은 부스인데 놀라운 구성이다. 출품 기업의 중요 정보를 안쪽 벽에 나란히 붙이고 바깥쪽에는 기업별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테이블만 남겼다. 이렇게 만들었어도 누가 무엇을 갖고 왔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일반적인 부스 구성으로 평범해 보인다. 이탈리아 관이라는 표시 아래에 넓은 칸막이 기둥을 세우고 그 앞뒤로 부스를 구성한 형태다. 각 기업 테이블은 기업 이름과 모니터 한 대로 구성되어 있고 별도의 포스터가 없어 깔끔하다.
스위스
빨간 사각형에 흰색 십자가가 들어 있는 스위스 국기 표시를 강조한 터라 쉽게 눈에 띈다. 부스는 2~3개 기업마다 칸막이를 나눴고 복잡한 포스터를 없앤 대신 테이블과 디스플레이만 있는 형태다. 부스 형태는 새롭지 않으나 스위스 국가관 상단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전시 제품을 안내한 점은 눈에 띈다.
아르헨티나
부스가 크지 않다 보니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고심한 듯하다. 하늘색 아르헨티나 간판 아래 전시 기업들을 모두 나열하고 바깥쪽에 안내 데스크를 뒀다. 안쪽에는 작은 테이블을 여러 개 놔두고 그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계속 나눌 수 있게 만들었다.
레바논
레바논 부스는 칸막이에 더 관심이 간다. 넓은 부스도 아닌 데다 부스에 모니터나 종이 설치물도 없는 곳이 많았는데, 대신 두꺼운 칸막이에 조명을 넣어 공간이 나눠져 있다는 인상을 확실하게 남겼다.
Be First t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