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고 짧으면 1주, 길어도 한 달 뒤엔 리뷰를 남기지만, 갤럭시Z 폴드4는 그러질 못했다. 굳이 다른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만큼 많은 리뷰가 쏟아지기도 하거니와, 솔직히 리뷰할 가치가 있는지 조차 모를 만큼 변화가 적다고 느껴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아,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갤럭시Z 폴드4는 출시 당시 환경에 맞춰 최신의 것으로 부품을 맞췄고, 만듦새 역시 업그레이드한 것은 분명했다. 심지어 첫 인상 글에 남긴 것처럼 보호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는 이 이전 시리즈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영리하게 설계했고, 이에 대한 칭찬은 아끼지 않고 있으니까.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거쳐 얻어낸 성능 데이터나, 카메라로 찍은 일상의 사진들이나, 게임으로 긴 시간을 보내면서 발열, 배터리, 프레임의 변화를 확인했던 객관적인 평가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갤럭시Z 폴드4에 대한 이야기를 풀기 어려운 것은 어떤 테스트를 통해서 얻게 되는 똑부러진 이유가 아니기에 그렇다.
물론 갤럭시Z 폴드 시리즈는 매번 외형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고 놀랄 정도의 성능-GOS는 말고-을 내는 부품까지 갖춘 데다, S펜처럼 많은 이들이 바라는 기능까지 채웠다. 폴더블 스마트폰에선 거의 독보적인 방수방진에 내부 디스플레이 아래에 카메라를 넣은 UDC(Under Display Camera)도 발빠르게 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성능이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면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아마도 갤럭시Z 폴드4까지 갤럭시Z 폴드 시리즈를 연이어 써오면서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원초적인 문제들이 마음에 걸리긴 한다. 외형적으로는 경첩 부분의 벌어짐도 그 걸림돌 중 하나다. 본체를 접었을 때 살짝 벌어진 경첩 부분은 그 부분을 더 두껍게 만든다는 결점 외에도 이 제품이 완전히 접히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겼던 터다. 완전히 접히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완성된 제품처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던 것도 아니다. 흥미롭게도 삼성보다 뒤늦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경쟁사들은 경첩부를 완전히 접는 해법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벌어진 경첩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디스플레이의 접힘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물방울 모양으로 경첩 안쪽으로 살짝 말려 들어가는 구조를 채택해 경첩의 벌어짐을 해결한 것이다. 물방울 형태로 말아 넣는 방식은 경첩부 틈을 완전히 없애는 외형적인 변화와 함께 접힘 부분에 생기는 디스플레이 주름도 완화하는 효과까지 가져온다.
이러한 해법은 몇년 전에 이미 등장했다. 단지, 폴더블 분야에서 앞서 출발했던 삼성이 폴드4까지 그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쉽다. 그나마 지금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이 문제는 갤럭시Z 폴드5에서 해결될 것이라니 기대하고 있다. 이번 만큼은 소문이 들어 맞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중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경첩의 벌어짐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폴드 시리즈를 쓰는 이들 중에 얼마나 공감을 할지 모르지만, 폴드를 펼칠 때 느낌이 시리즈를 거듭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폴드를 펼쳐 더 큰 화면을 쓰는 기능적인 측면만 강조할 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폴드를 펼치는 순간의 느낌에 대한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폴더블 스마트폰은 화면을 펼치는 순간의 느낌이 제품 또는 브랜드의 시그니처일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났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맨 먼저 짚어야 할 점은 ‘소리’다. 갤럭시Z 폴드 시리즈를 쓰면서 펼칠 때의 ‘소리’에 집중해 본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조용한 장소에서 갤럭시Z 폴드4를 완전히 펼치면 그 순간 ‘우그적’ 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아주 크게 들리는 게 아니긴 해도 ‘우그적’이든, ‘뽀드득’이든 경쾌하지 않은 탁한 소리가 기분을 좋게 만들진 않는다. 마치 반으로 접혀 찌뿌둥했던 몸을 강제로 펴게 만든 내게 짜증을 부리는 것만 같다고 할까. 화면을 반으로 접고 있어야 하는 기계의 스트레스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화면을 펼치는 이용자를 겨냥해 그 스트레스를 푸는 소리처럼 들리는 이 잡음은 결코 반갑지 않다.
소리와 더불어 또 다른 문제는 완전히 펼쳤다는 느낌을 주는 어떤 경험적 장치도 없다는 점이다. 화면을 완전히 펼쳤을 때, 둘로 나눠져 있던 판이 경첩 뒤에서 확실하게 맞물렸다는 신호가 없는 것이다. 진동이 될 수도 있고, 서로 다른 극의 자석이 ‘탁’하고 붙는 물리적인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화면을 완전히 폈을 때만큼은 감각으로 새길 만한 어떤 경험도 갤럭시Z 폴드 시리즈에선 느낄 수 없다.
마지막 문제는 화면을 펴는 순간 폴더블 화면의 반응이다. 갤럭시Z 폴드 시리즈는 화면을 펼치기 위해 살짝 벌리는 순간엔 무반응이었다가 1초쯤 뒤에 잠금 화면과 키패드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화면을 살짝 벌리는 그 순간 만큼은 잠금 화면과 키패드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데도 굳이 잠금 화면과 키패드를 띄운 이유는 무엇인지 납득되지 않는다. 살짝 벌리는 순간 당장 쓸 수 없는 잠금 화면과 키패드 대신 화면을 연다는 느낌을 강조하는 갤럭시Z 폴드 시리즈만 경험할 수 있는 화면의 반응이 담겨 있다면 어쨌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도 소리 같은 게 뭔 대수냐 싶은 이용자들도 많을 테고, 소리 따위에 반응하는 건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 듯이 갤럭시Z 폴드 시리즈는 펼치는 순간의 경험이 중요한 제품이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이 매우 중요한 경험으로 남는다. 지금까지 갤럭시Z 폴드 시리즈는 펼치는 화면의 유연성과 경첩의 물리적 설계만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않았던 건 분명하다.
무엇보다 앞에서 언급한 갤럭시Z 폴드 시리즈의 3가지 문제는 모두 우리의 감각과 관련 있다. 펼치는 소리에 따른 청각, 완전히 펼쳤을 때 손에 느껴지는 촉각, 화면을 살짝 열 때 눈에 보이는 시각이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펼치는 순간의 감성’이라는 짧은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지난 4년 동안 4개의 시리즈를 이어 왔던 갤럭시Z 폴드 시리즈는 화면을 펼치는 과정에서 우리 감각의 시그니처로 삼을 감성이 반영되지 않은 탓에, 좀더 나은 경험을 가진 경쟁 제품이 등장하면 결코 그리워할 제품이 되긴 어려워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닐 것 같다.
물론 앞으로 나올 갤럭시Z 폴드 시리즈는 아마도 기존 폴드 시리즈의 단점을 고치고, 더 나은 성능으로 보강하며, 새로운 기능을 넣을 것이다. 분명 그런 진화는 새 제품을 찾게 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갤럭시Z 폴드 시리즈가 다른 폴더블 스마트폰보다 낫다고 말하기는 부족한 때가 올 것은 자명하다. 기술은 빠르게 따라 잡히는 게 이 바닥 생리라서다. 그런 이유로 평범한 제품으로 전락한 게 갤럭시 S 시리즈나 노트 시리즈 아니던가. 갤럭시Z 폴드 시리즈도 갤럭시 S와 노트 시리즈의 위기를 반복할 위험은 다분하다. 갤럭시 S 시리즈나 노트 시리즈가 채우지 못했던 감성의 문제를 지금 갤럭시Z 폴드 시리즈도 반복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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