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픽셀6 프로로 보는 구글 스마트폰의 현재

구글이 픽셀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시장의 경쟁자로 들어선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에선 픽셀 스마트폰은 여전히 보기도 힘들고 쓰기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해마다 신제품 발표화 함께 출시 국가를 늘리면서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확장 속도는 느릿느릿한 것 같은데도 어느 새 미국과 아시아, 유럽 등 여러 지역과 국가로 진출한 것이다.

가장 최근 출시된 픽셀은 지난 해 10월 발표하고 지금까지 12개 국가에 출시를 마친 픽셀 6 시리즈다. 플래그십 기준으로 벌써 여섯 째다. 연속된 시리즈의 출시는 구글이 꾸준하게 전략을 지키고 있다는 의미를 갖지만, 한편으로 제품의 수준도 뒷받침되고 있다는 뜻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픽셀 6 프로라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뺄 수 없는 경쟁자라는 인식의 정도를 확인하는 데 충분할 듯하여 지난 몇달 동안 제품의 특징을 살펴봤다.

일단 픽셀 6 프로의 생김새부터 이야기해 보자. 픽셀6 시리즈 이전까지 구글이 내놓은 다섯 범주의 스마트폰은 솔직히 넥서스 시절의 제품과 비교할 때 생김새나 만듦새의 재미를 주진 못했다. 물론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 들어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구글 입장에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섣부른 시도를 하는 게 조심스러웠을 것으로 짐작되나, 외형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너무 안전함만을 고집하는 듯 보였다.

어쩌면 그런 면이 픽셀6 시리즈의 변화를 좀더 흥미롭게 보게 만드는 것일 듯하다. 그 평가의 결론이 긍정 혹은 부정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고 해도, 개성을 말하기 힘들었던 이전 시리즈보다 할말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어느 스마트폰이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전면부와 달리 여러 개의 카메라를 배치하는 후면의 생김새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기쁜 건 당연해 보인다.

픽셀6 프로의 후면은 확실히 도전적이다. 일반적으로 카메라를 모서리 쪽으로 뭉쳐 놓은 다른 스마트폰과 완전히 다르게 카메라 바(Camera Bar)라 부르는 가로로 긴 막대에 카메라를 일렬로 배치해서다. 더구나 카메라 바는 얇게 만들기는 커녕 확실하게 튀어나와 있다. 카메라 바를 기준으로 위쪽과 아래 쪽으로 색상을 달리 썼는데, 살구색과 연한 노랑이 도는 ‘sorta sunny’ 모델은 마치 70~80년 대 가전 제품을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확실히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생김새다 보니 그만큼 낯설면서도 상대적으로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기는 했다.

카메라 바가 있는 후면에 비하면 화면 앞쪽은 표준적이다. 양옆을 살짝 구부려 곡면 처리하고 상단 한가운데 펀치홀 카메라를 둔 6.7인치 화면부는 별다른 차이는 없어 보인다. 빛에 반짝이는 크롬으로 처리한 측면과 빛 반사를 없앤 탁한 측면 버튼, SIM 카드 슬롯, 하단 USB-C 단자와 스피커 등 여느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똑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전 픽셀들에 비하면 화면 형태나 달라진 본체 재질이 갖는 변화를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처럼 겉으로 보는 생김새를 두고 모험적이라 느낀 것은 픽셀 시리즈를 출시한 지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 듯 싶다. 그만큼 이번 픽셀 6 프로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제품에 기반한 인상을 남기는 데 역할은 해낸 측면은 있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구글은 이 디자인을 픽셀 6a 시리즈에 한번 더 써먹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파격을 픽셀 7 시리즈에서 얼마나 다듬을 지 조금은 궁금하다.

외형적 변화 만큼 픽셀 스마트폰을 다루는 UI가 풍기는 느낌적인 변화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과거 픽셀은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장치라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측면이 없잖았고, 되도록 단순하면서 기본적인 동작만을 담은 인터페이스를 넣었다. 화려함을 배제하고 불필요한 것을 없앤 것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그 단순함이 무성의로 느껴질 때도 적지 않았다.

그런 픽셀의 이미지에 확실히 변화를 준 것이 안드로이드 11부터다. 안드로이드 10까지 고수하던 색상과 아이콘 형태, 알림 및 빠른 설정 같은 기본 UI 디자인에 머티리얼 디자인을 더욱 강화하면서 확연하게 기본 레퍼런스가 아닌 경쟁 스마트폰의 색깔을 찾기 시작했고, 그 추세는 안드로이드 12를 얹어서 출시한 픽셀 6 프로까지 지어졌다.

픽셀 6 프로는 머티리얼 유 디자인 언어를 담고 있다. 이용자의 설정에 맞춰 그에 맞춰 시스템이 설정을 바꾸는 디자인 언어를 담은 것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배경화면을 바꾸면 시스템은 그것에 잘 어울리는 색상으로 구성된 팔레트를 준비해 놓고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제안한다. 이용자가 그 제안 중 하나를 선택하면 시스템의 기본 색상과 앱, 홈 화면 아이콘 및 위젯 배경이 자연적으로 조정된다.

어쩌면 픽셀 6 프로 역시 머티리얼 유 디자인을 위한 레퍼런스 장치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 언어를 바꿔도 스마트폰 자체의 경쟁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전의 픽셀과 달리 픽셀 6 프로는 이용자가 원하는 환경에 좀더 쉽고 빠르게 동적 디자인을 통해 훨씬 세련된 느낌으로 보이도록 만든다. 때문에 픽셀 6 프로는 레퍼런스 장치가 갖고 있던 볼품 없는 이미지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픽셀 6 프로가 독특한 형태나 UI에서 이전 픽셀 제품보다 더 나아진 이미지로 바꾸는 데 공을 세운 반면, 픽셀이 보여줬던 강점을 더 잘 살리는 데는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카메라다. 픽셀 6 프로는 여전히 뛰어난 촬영 성능을 갖고 있긴 하나 상황에 따라 다른 스마트폰을 압도하진 못한다.

사실 픽셀 6 프로는 이전의 픽셀 시리즈보다 카메라 구성에서 확실히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초광각, 광각(기본), 광학 4배 줌 등 이전보다는 확실히 경쟁력 있게 구성했다. 또한 각 카메라의 촬영 품질도 훌륭하고 촬영 거리에 따른 반응 속도도 좋다. 접사 촬영의 속도와 초점 고정도 훌륭하다. 비록 광각(1배)과 망원(4배) 사이에 광학적 거리가 좀 있기는 해도 디지털 줌과 AI 후보정은 그 간격을 느끼지 못할 만큼 충분한 이미지를 저장한다. 심지어 픽셀 4의 2배 광학 줌과 픽셀 6 프로의 2배 디지털 줌을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좋은 선명도를 가졌는지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좋다.

전반적으로 빛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서 픽셀 6 프로는 그 능력을 잘 발휘했다. 하지만 빛이 적은 저조도 상황에서 촬영과 노이즈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날의 픽셀 시리즈에 비하면 큰 발전이 없는 부분이다. 인물 촬영에서 배경 흐림 수준도 그리 강력하지 않은데다 경계선을 명확하게 잡아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깊이 측정이 정확하지 않은 듯하다. 여기에 동영상 촬영에서 흔들리는 색감과 노이즈 탓에 경쟁력을 말하기가 어렵다.

픽셀 6 프로의 카메라는 충분히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향상된 다른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비교 불가의 위치까지 오르진 못한 상황이다. 과거 인공지능 기반 사진 품질 덕분에 돋보였던 픽셀 시리즈였음에도 그 사이 경쟁 제품의 발전이 더 빨랐던 것이다. 물론 픽셀 6 프로로 찍은 사진을 수정하는 매직 지우개나 컬러 포커스 같은 AI 기반 도구의 적용은 흥미로운 부분이나, 그래도 기본기를 갖추지 않고는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동영상 촬영과 보케 효과의 약한 진화로 인해 카메라에 대한 평가가 극단으로 나뉜 건 안타깝긴 해도 픽셀 6 프로는 구글의 독자적 플래그십 스타일을 강화한 시도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점도 없진 않다. 무엇보다 퀄컴이나 삼성에서 공급 받는 AP 대신 5nm 공정으로 양산한 텐서(Tensor) 칩을 쓴 것은 하나의 갈림길처럼 보인다.

물론 텐서 칩은 삼성 엑시노스와 유사성이 많은 데다, 2개의 코어텍스 X1 고성능 코어와 2개의 코어텍스-A76 중간 코어, 4개의 코어텍스-A55 효율 코어로 된 텐서 AP의 구성에서 중간 코어와 효율 코어에 대한 이견이 있긴 하다. GPU 역시 새로운 점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기계 학습된 데이터 및 애플리케이션을 처리하기 위한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의 효율에 초점을 둔 점은 조금 다르게 보이게 만들긴 한다. 언어 처리나 실시간 번역, 이미지 개선처럼 신경망 유닛을 통한 추론 성능이 필요한 부분에서 픽셀 6 프로의 텐서 칩은 잠재성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단지, 그 잠재성은 일부 언어에만 확인할 수 있고, 아직 모든 개발자가 해당 코어를 활용하도록 열려 있는 건 아니기에 실제로 피부에 크게 와닿는 변화를 이곳에서 느끼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더불어 이러한 자기 개성을 강화하고 색깔을 찾기 시작한 제품에 호흡을 더해야 하는 특출한 능력을 갑자기 상실한 듯 했다. 소프트웨어의 구글 답지 않게 픽셀 6 프로는 출시 초기 많은 버그에 고전했을 뿐 아니라 버그를 잡기 위한 업데이트가 더 큰 문제를 낳기도 했다. 지금이야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에 이르렀지만, 지문 센서 오작동이나 의도치 않은 재시작에 시달린 이용자들에게 픽셀 6 시리즈가 남긴 경험은 썩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도 지문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한 번에 문을 열지 못하고 다시금 손가락을 댄 뒤에야 잠금이 풀리는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이처럼 픽셀 6 프로는 반드시 칭찬만 받을 요소를 채운 제품은 아니다. 분명 빈틈이 많은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수많은 제조사 가운데 믿음을 가져 볼만한 몇 안되는 제조사의 제품 중 하나가 픽셀 6 프로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무엇보다 개인 정보나 생체 정보 같은 민감한 정보의 관리로 인해 불안해 할 수 있는 이용자들에게 픽셀 6 프로 및 그 이전 시리즈에 내장한 타이탄 보안 칩 및 제품과 클라우드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폐쇄형 보안 환경을 구축한 점은 심리적인 위안을 주고 있다.

픽셀 6 프로는 독특한 만듦새와 자체 칩을 쓰는 등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이전보다 더 과감한 시도들을 담고 있긴 해도, 디스플레이 화질이나 카메라 이미지 품질, 화면 내 지문 센서, 배터리 용량과 시간 등 다른 스마트폰보다 더 놀라움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지능형 기능을 강화하려는 장치의 방향성을 잡고, 보안성을 더 강화하는 차별화된 전략의 최신 결과물로써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특히 제조사 및 제조 환경 등 여러 이유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데 믿음직한 신뢰 장치를 선호하는 쪽에서 구글이라는 이름은 쉽게 포기하기 어렵고 그로 인해 픽셀 6 프로와 같은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신뢰라는 축에 충실했던 구글의 지난 6년의 노력은 헛되지 않은 듯하다.

덧붙임 #

이 글은 2022년 4월 7일에 공개됐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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