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10 라이트의 ‘가성비’ 카드는 왜 먹히지 않았나?

살다보면 끝을 알 수 없는 안갯 속 두 갈래 길에서 가야 할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어느 쪽도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도박 같은 결정을 해야 하는 때다. 수많은 변수를 대입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한 뒤 그 길을 들어서면 평탄한 길을 걷기도 하는 반면 가시덩굴로 뒤덮인 길이 가로 막는 상반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아마 샤오미도 그랬을 것이다. 샤오미가 한국 진출을 위해 상대적으로 빈틈이 컸던 자급제 기반 저가 시장에 맞춘 전략적 제품을 선택할 때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선택했던 레드미(홍미) 시리즈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내놓는 샤오미의 이미지를 잘 살리며 기반을 다졌다.

문제는 그 다음 갈림길에서 샤오미는 잘못된 길을 고른 성적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5G 스마트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했던 미10 라이트에 대한 지표가 썩 좋은 상황이라고 말하긴 힘들어서다. 이제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판매 추정치를 써놓은 여러 매체의 정보를 모아봐도 성공적이라 해석하긴 힘들다.

다만 샤오미의 인지도가 낮아서 제품 판매가 덜 됐다는 각 언론의 지적이 옳다고 보기도 힘들다. 인지도가 낮아도 제품을 알리고 팔리는 경로는 많아서다. 하지만 미10 라이트는 이러한 체계 자체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는 샤오미의 전략적 결정에 동조하지 않는 이용자의 전략적 판단이 더 크게 작동했다는 의미다.

(반 강제적이긴 하나) 5G 스마트폰 수요가 늘고 있는 한국 시장에 적합한 5G 스마트폰을 고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샤오미나 한국 총판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어떤 5G 스마트폰을 내놓느냐다. 샤오미도 여러 5G 스마트폰 모델이 있던 터라 한국 시장과 브랜드 인지도, 파트너 관계 등을 고려한 변수를 감안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결정은 미10 라이트(Mi 10 Lite)였다. 미10 라이트는 미10 계열 중 가장 아래에 놓인 모델로, 제원만 보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제품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765G를 탑재한 5G 스마트폰으로 6GB 램, 128GB 저장 공간, 2,400×1,080 픽셀의 20대 9 화면비의 6.57인치 AMOLED 디스플레이,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를 포함한 4개의 후면 카메라, 4,160mAh 배터리 등을 갖췄다. 특이한 점은 적외선 센서가 있어 다른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리모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아직’ 갖고 있다는 점이다. NFC도 제외하지 않은 데다 티머니 기반의 교통카드도 쓸 수 있다.

국내 5G 망에서 전송 성능도 처지는 느낌은 없다. 미10 라이트로 측정한 5G 전송 성능은 지역의 5G 평균은 나온다. 적어도 지금 구축된 5G 망에서 그 전송 성능을 경험하는 데 큰 문제는 찾기 어렵다.

샤오미는 미10 라이트에 45만1천 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였다. 대부분 50만 원 넘는 5G 스마트폰이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매우 싼 제품인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샤오미가 앞서 레드미도 그랬듯이 같은 성능을 갖니 5G 스마트폰이면 더 경제적인 제품의 접근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이 보인다. 샤오미도 이 제품을 출시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성비 5G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격에 비해 성능을 강조한 5G 스마트폰. 얼핏보면 매우 합리적으로 읽히는 문장이지만, 이 캠페인이 먹히려면 비교의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샤오미가 상대해야 할 제품군은 스냅드래곤 865 계열의 삼성과 스냅드래곤 765 계열의 LG로 나뉜다. 가격을 낮춘 중급형 5G 제품은 엑시노스 계열의 삼성이 버티고 있다. 아직 5G 시장이 정착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어서 플래그십 5G 스마트폰과 중급형 시장에서 삼성, 중고급 시장에서 LG가 영역을 나눠 갖는 매우 단순한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구도는 올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비교 대상이 단순해진 상황에서 샤오미의 선택은 삼성도 아니고 LG도 아닌 쪽을 골랐다. 고급형 제품으로 보급형 5G 시장에 먼저 들어간 LG는 물론 중급형 시장까지 고급형에서 중급형까지 확장하고 있는 삼성도 피한 것이다. 이 선택까지는 무리 없어 보이지만, 샤오미가 노리는 가성비 시장을 개척할 제품으로 미10 라이트를 선택한 것은 실수처럼 여겨진다.

사실 미(Mi)는 샤오미의 고급 브랜드다.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레드미와 다르게 중고가 라인을 맡고 있다. 두 브랜드의 양 끝 제품을 비교하면 현격한 질적 차이를 확인할 수 있지만, 고급형 레드미와 중급형 미의 차이는 미미하다. 그런데 하필 한국에 출시된 미10 라이트가 고급형을 지향하기엔 외형적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미10 라이트는 미10 기본형의 엣지 디스플레이도 쓰지 않은 데다 만듦새도 전혀 다른 제품이다.

물론 제품의 만듦새를 빼고 ‘스펙’과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미10 라이트는 그 측면만 보면 경쟁력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여러 모로 무르익지 않은 5G 시장을 대하는 불안한 소비자 입장에서 낯선 보급형에 대한 모험 대신 만듦새, 성능, 브랜드 등 안정적 선택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감안하면 가격 우위를 앞세운 미10 라이트의 매력이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갤럭시 A 시리즈 같은 제품들을 먼저 둘러보는 것도 이런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샤오미가 단순 저가 개념의 가성비가 아니라, 삼성의 플래그십과 비교한 가성비 전략으로 바꿨으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지금 국내 5G 시장을 볼 때 삼성의 플래그십 제품에 견줄 성능과 제원을 가진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다. 특히 퀄컴 스냅드래곤 865 계열의 스마트폰이 국내에 삼성을 빼면 없다. 그 견제를 해왔던 LG가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형국이다보니 그 역할을 대신할 기회도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5G 스마트폰은 고급 제품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이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접근일 수 있었다. 엇비슷한 제원과 만듦새를 가진 플래그십 미10을 삼성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내놓는 것이 한국에 없던 미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갤럭시 S20에 견줄 만한 제원에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스냅드래곤 865를 실은 샤오미 미10 5G 기본형이었다면 그래도 삼성 갤럭시 S20와 비교를 통해 상대적 효과를 얻었을 지도 모른다.(더구나 디스플레이나 이미지 센서, 메모리 등 한국 부품을 이용한 마케팅도 가능했을 것이다.)

어쩌면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고정 관념을 뚫기 어려울 거라는 짐작으로 이를 피할 수 있는 길을 골랐을 수도 있다. 그 길이 가성비 전략이라도 그닥 나쁘다고 비판할 거리는 아니다. 다만 지금 한국 5G 시장은 가성비만 앞세울 시기는 아니다. 5G를 쓰려는 얼리어답터를 위한 높은 완성도의 제품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그 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값싼 제품에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그래도 샤오미의 소득은 미10 라이트를 출시하면서 한국의 5G 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반을 다졌다는 점일 것이다. 외산 제조사로써 한국 5G 망과 연동할 수 있는 기술과 해법을 찾은 점은 나름 적지 않은 소득이라서다. 그렇게 확보한 기술과 경험이 미10 라이트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이라도 가시덩굴로 막힌 길을 돌아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늦진 않았으니 말이다.

덧붙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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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8 Comments

  1. SR
    2020년 8월 19일
    Reply

    미9의 처절한 실패가 지금의 악수를 만들었어요. 문제는 샤오미 폰을 쓰는 사람은 5G를안 쓰는 거고 거기에다 미10라이트라는 중국에서도 저가형으로 인식되는 네이밍으로 내놨다는 겁니다.

    • chitsol
      2020년 8월 19일
      Reply

      동의합니다. 지금 5G를 쓰기 위해 일부러 저가를 고르는 비율이 적은 상황을 감안하지 못한 듯합니다.

  2. jae ik
    2020년 8월 19일
    Reply

    고급형 미10을 들고 나왔더라도 아직 소비자들이 중국산 고급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홍미노트9S 가격대의 5G 폰이라면 어땠을까요? 왠지 중국폰은 아직은 세컨폰으로서의 플러스 알파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듯 해서요. 과거 가성비 프리미엄을 표방했던 포코폰의 경우도 그닥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던터라…

    • chitsol
      2020년 8월 19일
      Reply

      말씀처럼 애초에 20만원대 레드미9s였다면 결과는 또 몰랐을 겁니다. 레드미 브랜드 이미지와 잘 맞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더라도 미는 가성비 카드로 접근하면 안되는 브랜드라는 점은 변함 없습니다.
      한 시장에 두 개의 가성비 브랜드가 존재하는 건 의미가 없거든요. ^^

  3. 샤오미 취미사용
    2020년 8월 20일
    Reply

    차라리 K30 5g를 가져왔어야합니다. 가성비 5G폰이고 동시에 샤오미 최고 가성비 폰이니만큼 메리트가 있었을텐데요… 지금 미10라이트로 댓글을 적고있지만 미 시리즈는 한국에선 아닌거같습니다. 미9도 자급제를 구매해서 사용했었는데 어찌나 안팔렸는지 공식 AS받을때 부품 수급에 한달 넘게 걸렸었습니다. 미 시리즈 살 돈이면 A90 5g나 G8같은걸 선택지에 넣을 수 있니까 굳이 가성비상 큰 메리트도 없는 생소한 중국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는 모험을 안하는 것 같아요.

    • chitsol
      2020년 8월 21일
      Reply

      말씀처럼 지금 굳이 5G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 상황에서 생소한 외산 제품에 모험을 걸기보다 안정된 제품을 찾는 건 당연할 듯합니다.

  4. 샤오미
    2020년 8월 28일
    Reply

    엘지 Q92나 삼성 A51하고 가격차이도 거의 없고 그렇다고 스펙이 월등한것도 아니고 고만고만한 스펙괴 가격이면 당연히 국산폰을 살 것 같고 플래그십은 샤오미에 70만원 이상 쓸 생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될까 싶네요. 미10을 70주고 사느니 그 가격에 살짝만 보태면 국내 브랜드에서 고를 수 있는 옵션을 찾거나 아니면 그 가격에 맞춰서 다양한 국내 브랜드 혹은 아이폰11이나 SE를 살 것 같습니다. 애초에 5G 사용의 메리트가 애매하니까 5G 수요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닌거같고요. 샤오미는 홍미노트 시리즈나 K 시리즈만 수입하는게 국내에서는 유효하지 않을까요? 미 시리즈는 보급형 가성비로 자리를 잡으면 그 뒤에나 고려해볼만할듯한데 그조차도 어려워보입니다. 작년의 홍미노트8프로나 K30 5G, K30 프로 줌 이런 모델들을 가져와야했는데… 홍미노트8T나 미9, 미10라이트 이런걸 가져온다는것부터 오바입니다. 수입업체도 사정이 있었겠지만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했던 선택같아요

    • chitsol
      2020년 8월 29일
      Reply

      LG Q92가 그 가격대로 더 앞서 나왔으면 미10 라이트를 내놓기는 더 어려웠겠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수입 업체 사정도 있었을 거라는 데 한 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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