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몸의 신호를 읽어 건강을 관리하다

올해도 어김 없이 겨우내 닫혀 있던 문을 열어 봄의 따스한 공기를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 찾아왔지만, 지금 수많은 사람들은 예년과 다른 방법으로 계절의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계절의 전환기마다 만남이 전혀 반갑지 않던 감기보다 더한 불청객의 등장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잠시 거리를 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개척하고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제 떠날지 모르는 불청객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 없이 쏟아내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직접 만날 수는 없으나 이미 광범위하게 적용된 디지털을 활용한 다채로운 수단으로 해야 할 일을 하는 중이다. 학교에 가지 못한 학생들은 디지털 교과서와 화상 교육을 받고 있고, 직장인들은 e메일과 화상 회의를 통해 재택 근무를 하는 중이다. 이밖에도 수많은 생활 방식을 바꾼 디지털 기술은 지금 수많은 이들이 면밀하게 살피고 있는 건강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라고 부른다.

몸이 보내는 신호가 곧 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인 일상이나 사회 활동에서 건강 및 건강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지만, 굳이 그 정의를 이렇게 어려운 말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짧게 줄여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건강 관리라고 해도 되니까.

최근 스마트워치는 몸 속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결과를 스마트폰에 기록한다.

그런데 보통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하면 원격 진료나 원격 의료 같은 것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물론 원격 진료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의 범위 안에 들기는 해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원격 진료는 물론 분석, e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화상 통화, 응용 프로그램, 맞춤형 의약 제조, 갖가지 장치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 헬스케어 서비스가 모두 포함된다. 즉, 건강을 관리하는 데 관여하는 모든 부문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디지털 헬스케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강 관리를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데이터다. 아무리 좋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데이터 없이 쓸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데이터가 바로 우리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즉, 우리 몸이 내보내는 다양한 신호를 다양한 센서 장치를 통해 수집하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분석한 뒤 이에 맞는 적절한 관리 방법이나 맞춤형 의료 안내가 제공된다.

심박 센서와 EEG 센서로 머리의 신체 신호를 수집해 분석하는 헤드 밴드.

디지털 헬스케어를 위한 데이터는 의료 기관에서 매우 값비싼 전문 의료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얻는 것만이 아니다. 일상의 발열, 심박수 및 심장 리듬, 혈류, 땀, 호흡, 안구 상태, 최대 산소 섭취량 등 여러 생체 신호들을 데이터로 바꾸는 장치들이 등장했고 이러한 장치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도구를 통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목숨을 구하고, 숙면도 돕고…

몸의 신호를 디지털 헬스케어를 위한 데이터로 바꾸는 장치는 알고 보면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도 몸의 신호를 읽을 수 있는 장치다. 상당수의 스마트워치는 심박수를 측정하는 심박 센서는 물론 예외적이긴 하나 최근 심장 리듬을 체크하는 ECG를 갖춘 제품도 있고, 심지어 당뇨 수치를 확인하는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워치까지 등장했다.

저절로 온도를 조절하고 공기를 순환시켜 숙면을 도와주는 스마트 침대.

그런데 스마트워치의 심박 센서가 생체 신호를 읽을 지라도 정말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만하다. 아마 데이터를 측정해 기록하는 것에서 그쳤다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심박수를 스마트워치가 감지하고 착용자에게 경고한다면 어떨까? 당연히 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는 것이 정상인데, 실제로 미국에서 2018년에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 수업 중 스마트워치에서 급격히 빨라진 심박수 경고를 받은 한 학생이 병원을 찾아가 심장 질환을 진단 받고 곧바로 수술에 들어가 2년의 재활을 끝내고 최근 복학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 것. 특히 심전도 기능이 없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이 같은 증상을 발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몸의 정보를 읽고 이상을 경고한 기능이 한 사람의 생명을 구했던 사례다.

이렇게 알 수 없는 질환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상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영역까지 디지털 헬스케어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잠이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슬립 테크(Sleep Tech)는 CES 2020에서 뜨거운 주제 중 하나였다. 장시간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침대는 물론 베개와 조명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등장한 것이다. 심한 코골이로 숙면을 방해 받는 이들에게 머리를 슬쩍 움직이는 코골이 베개나 능동적으로 온도를 조절하고 공기를 순환하도록 돕는 침대, 뇌활동을 진정시키도록 이마를 식혀주는 헤어 밴드 등 이용자가 자는 동안 몸의 반응에 맞춰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이 쏟아졌다.

음식을 먹는 동안 늘어나는 뱃살을 추적해 폭식을 방지하는 스마트 벨트.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폭식으로 인해 살 찌는 것을 감시할 수 있는 스마트 허리띠처럼 비만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겪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등장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는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와 있는 상태다

건강한 삶을 위한 기술의 방향

몸의 신호를 읽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장치는 앞으로 우리 일상에서 더 쉽게 접하게 되겠지만, 체계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려면 인공 지능처럼 좀더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분석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감염병에 대한 예방적 조치는 물론 무엇보다 건강한 사람과 달리 당뇨처럼 장기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 환자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고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이미 서비스되고 있다.

이처럼 의료 서비스를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 나서는 기업이나 의료 기관 및 스타트업은 많지만, 각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해야 하는 터라 관련 기업과 의료 기관이 함께 하는 경우도 많다. SK텔레콤도 당뇨 같은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하나로의료재단, 서울의과학연구소 등을 운영하는 SCL헬스케어그룹이 참여하는 인바이츠 헬스케어를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앞으로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사회에서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고령화 사회에서 개인과 사회의 의료비 지출 증가가 불가피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2030년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의료비 증가에 따른 부담을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예방적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디지털 헬스케어를 향한 관심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아마 내 몸의 신호를 알아 채는 디지털 헬스케어 장치와 서비스가 늘어날 수록 ‘내 몸은 내가 잘 알아!’라는 말은 더 이상 쓰지 않는 옛말로 남지 않을까?

덧붙임 #

  1. 이 글은 SK브로드밴드 블로그에 기고한 글로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2.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 날자가 모두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4월 17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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