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프로(프로젝트 캠브리아) 미리보기

아마도 퀘스트 프로(Quest Pro)라고 불리게 될 메타의 새로운 헤드셋인 프로젝트 캠브리아(Project Cambria)는 2년 전 출시했던 퀘스트2와 여러 면에서 다른 방향의 헤드셋이 될 듯하다. 지금까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각종 주장과 소식들 중 메타의 공식 확인을 거친 것이 거의 없긴 해도 소문과 뜻하지 않은 유출을 토대로 정리된 기본 제원이나 생김새는 아마도 정식 발표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알려진 퀘스트 프로의 제원을 요약하면 이렇다

디스플레이 | 눈당 2,160×2,160 MiniLED 백라이트 LCD
렌즈 | 맞춤형 팬케이크 렌즈
전면 카메라 | 컬러 패스스루용 1,600만 화소 카메라
눈 추적 | 눈+얼굴 추적(IR 카메라 기반)
프로세서 | 스냅드래곤 XR2+ 1세대
램 | 12GB LPDDR5
저장 공간 | 256GB SSD
무선 연결 | 와이파이 6E, 블루투스
배터리 | 5000mAh

이러한 추정 제원 대로 퀘스트 프로가 나온다면 아마도 사실 다른 VR 헤드셋과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일 법하다. 물론 이미 유출된 시제품 이미지로 볼 때 보급형 메타 퀘스트2보다 훨씬 작고 가벼워진 터라 착용감 측면의 개선을 기대할 수도 있으나 제원 자체는 이후 고급형을 지향하는 VR 헤드셋에서 보게 될 표준적이어서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메타 퀘스트 프로는 제원만으로 미리 평가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퀘스트 프로도 VR 헤드셋으로 소개될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퀘스트2와 완전히 똑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다. 성능이나 외형적 요소보다 퀘스트 프로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퀘스트 프로에서 눈여겨 볼 부분 가운데 하나는 패스스루다. 패스스루는 외부의 모습을 헤드셋 안쪽에서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으로 지금 퀘스트2와 같은 VR 헤드셋도 지원한다. 다만 퀘스트2의 패스스루는 흑백인 데다 정면이 아닌 네 귀퉁이의 카메라로 촬영한 외부 장면을 보여줘야 하는 탓에 왜곡을 피하긴 어렵다.

이미지 출처 | 브래드 린치(Brad Lynch)

퀘스트 프로가 퀘스트2와 다른 점이라면 왜곡 없는 컬러 패스스루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퀘스트 프로는 정면에 두 개로 된 스테레오 카메라를 갖췄다. 두 카메라가 각각 촬영한 외부 장면을 그대로 안쪽 디스플레이에 뿌려주면 우리의 눈이 이 영상을 조합해 공간을 인지한다.

일반적인 VR에서 컬러 패스스루는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하긴 어렵다. 공간과 높낮이를 인지하는 6 자유도(Degrees of Freedom) 환경의 가상 현실도 외부 공간을 측정할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퀘스트2처럼 외부 추적 카메라를 갖춘 VR 헤드셋은 그런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때문에 전통적인 VR 헤드셋에서 요구하는 것을 넘어선 메타 퀘스트 프로의 컬러 패스스루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퀘스트 프로의 패스스루는 외부 장면을 헤드셋 안쪽에서 보는 수준을 벗어나 외부의 물리 세계 위에 디지털 레이어의 합성을 위한 선택에 가까워서다.

이미지 출처 | 브래드 린치(Brad Lynch)

물리 현실 위에 가상적 요소를 배치하는 방법에서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은 증강 현실이다. 하지만 증강 현실의 가장 큰 문제는 물리적 현실을 분해하고 그 위에 올릴 디지털 레이어를 만드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당장 대중적 하드웨어를 보급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공간에 맞는 디지털 레이어를 조합하는 일도 쉽지 않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당장 증강 현실에 필요한 디지털 레이어를 준비하기 힘든 상황을 감안해 컬러 패스스루로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증강 현실처럼 실제 물리 공간 위에 곧바로 디지털 레이어를 얹는 게 아니라, 전면 카메라를 거쳐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된 물리 공간 위에 디지털 레이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실제 물리 공간에 직접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디지털로 변환된 공간에 맞는 가상 레이어를 얹는 작업에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제 공간에 맞는 디지털 레이어를 구축해 놓으면 훗날 증강 현실 장치에서 활용 가능한 가상 레이어를 더 많이 준비할 수 있다.

아마도 메타는 카메라로 들어오는 신호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패스스루의 지연 현상을 해결했으리라 본다. 다만 전면 스테레오 카메라를 활용하는 콘텐츠가 얼마나 되느냐는 지적을 더 많은 이들로 받을 테고, 출시하자마자 쓸 수 있는 앱의 수는 퀘스트 앱에 비해 얼마 안 될 수도 있다. 어쩌면 퀘스트 프로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나기까진 아주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 기존 퀘스트용 VR 콘텐츠로 긴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물리 세상과 결합하는 가상 레이어 기반의 콘텐츠와 이용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가장 큰 과제를 퀘스트 프로에서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스냅드래곤의 포비에이션에 대한 설명(이미지 출처 | 퀄컴)

퀘스트 프로에 눈동자 추적이 들어가는 것은 이미 확인된 내용이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다만 가상 공간 안에서 표정을 표현하는 것 외에 눈동자 추적을 동적 포비티드 렌더링(Dynamic Foveated Rendering)을 구현하는 데 활용한다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앞서 출시된 퀘스트나 퀘스트2는 고정 포비티드 렌더링(Fixed Foveated Rendering)을 이용한다. GPU의 처리 성능을 고려해 렌즈 가운데 부분의 그래픽만 선명하게 처리하고, 그 주변부 그래픽의 품질을 조금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때문에 눈동자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면 그래픽 품질이 조금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동적 포비티드 렌더링은 눈동자의 움직임에 맞춰 렌더링 품질을 바꾼다. 눈동자가 멈춘 지점의 품질을 높이고 그 주변 품질을 낮추므로 이용자는 그래픽 품질의 저하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렌더링을 하는 이유는 성능 때문이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를 줄이고 품질을 조정함으로써 더 높은 프레임을 얻을 수 있다. 퀄컴은 이미 오래 전 스냅드래곤 821 프로세서부터 포비티드 렌더링을 지원해 왔고, VR용으로 쓰이고 있는 스냅드래곤 835와 스냅드래곤 XR2도 해당 기능을 갖고 있다. 물론 스냅드래곤 XR2를 쓰는 퀘스트 프로에서 눈 추적을 포비티드 렌더링에 이용하면 품질을 손해보지 않으면서 더 높은 프레임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기대해 볼만하다.

추적 링이 없는 퀘스트 컨트롤러

또 다른 관점은 컨트롤러다. 퀘스트2를 비롯한 대부분의 VR 컨트롤러에 있는 트래킹 링은 내부에서 깜빡이는 빛을 헤드셋 카메라로 추적하면서 위치와 방향을 잡도록 설계돼 있다. 퀘스트 프로의 컨트롤러가 퀘스트2와 다른 부분은 컨트롤러 주변의 둥근 트래킹 링을 없앤 것. 때문에 컨트롤러가 훨씬 단순해졌다.

그렇다고 이전과 다르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위치와 방향, 높이 등 6자유도 컨트롤러의 기능은 그대로 하고 있다. 스탈렛(Starlet)이라는 코드명의 퀘스트 프로 컨트롤러는 트래킹 링 없이 통합된 3개의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위치와 방향을 추적해서다. 자체적으로 센서를 내장하고 여러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컨트롤러도 퀄컴 662 칩을 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진 컨트롤러가 중요한 이유는 이제 사각 지대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지금 퀘스트2 컨트롤러는 헤드셋 뒤에 컨트롤러를 두면 트래킹 링을 카메라가 추적하지 못해 사라질 때가 많다. 하지만 새 컨트롤러는 역으로 컨트롤러가 헤드셋의 위치를 파악하고 위치 정보를 보내기 때문에 사각지대 없이 추적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브래드 린치(Brad Lynch)

이처럼 퀘스트 프로는 기존 퀘스트2와 다른 방향과 나아진 기술을 담은 헤드셋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을 완전히 차단하는 이전 세대의 VR 헤드셋과 다르게 물리 세계를 결합하는 혼합 현실(Mixed Reality) 헤드셋으로 방향을 잡았으면서도, 증강 현실 기반의 혼합 현실이 아니라 디지털로 변환한 물리 세계를 가상의 디지털 레이어와 융합하는 독특한 접근 방식의 혼합 현실을 추구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짧든 길든 메타의 독특한 접근 방식에 따른 성공 여부를 예상하는 건 아주 어렵다. 비록 수년의 노력 끝에 겨우 안정된 생태계로 접어든 퀘스트2에 한 발을 걸친 헤드셋이라도 퀘스트 프로는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다음의 진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할 무거운 임무를 숨기고 있어서다. 더구나 지금처럼 새롭게 구축되는 디지털 세계에 대한 우선 순위를 떨어뜨릴 세계 경기 불황이라는 직격탄에 살아 남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이래 저래 불리한 상황에서 데뷔하게 된 퀘스트 프로가 이 안갯속을 어떻게 넘을지 궁금해진다.

덧붙임 #

이글은 2022년 9월 27일에 공개됐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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