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 아이패드 프로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스테이지 매니저

지난 6월 7일 WWDC 2022 키노트를 지켜보던 중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아이패드OS 16(iPadOS 16)의 스테이지 매니저(Stage Manager)를 공개했을 때였다. 앞서 맥OS 벤투라(MacOS Ventura)에서 소개된 스테이지 매니저가 아이패드OS 16 키노트에서 다시 등장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 기능이 앞으로 M1 기반 아이패드 프로의 방향과 이용 경험을 바꾸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쳐서였다.

아이패드OS 16의 스테이지 매니저는 M1 아이패드 프로에서 실행한 여러 앱을 한 화면에서 관리하고 좀더 손쉽게 전환하도록 만든 새로운 멀티태스킹 인터페이스다. 여러 앱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처리 성능을 M1 이후의 아이패드 프로에서 한 화면 또는 모니터 같은 확장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더 많은 앱을 효율적으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보강한 것이다.

두 앱을 화면 분할해 띄우는 스플릿 뷰. 가운데 막대를 조정해 화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물론 아이패드 프로 및 아이패드에서 멀티태스킹을 위한 인터페이스가 이전에 없던 것은 아니다. 전체 화면을 분할해 두 개의 앱을 동시에 띄우는 표시하는 스플릿 뷰(Split View)와 여기에 추가로 1개의 앱을 윈도 형태로 띄워 멀티태스킹 작업을 할 수 있었고, 앱 익스포제(App Expose)를 통해 실행 중인 다른 앱으로 전환하는 인터페이스는 오래 전부터 아이패드 시리즈에서 이용할 수 있었다.

스플릿 뷰 방식은 전체 화면으로 실행되는 두 개의 앱을 아이패드 및 프로의 단일 화면에서 작업할 때는 어느 정도 유용하긴 했다. 특히 손가락이나 펜을 이용하는 터치 환경에선 그런대로 불편하지 않은 멀티태스크 환경을 구성했다. 비록 두 개의 앱만 띄워 놓을 수 있었지만, 자유롭게 앱의 영역을 조절하는 한편 다른 앱으로 전환하거나 바꾸는 일이 어렵진 않았다.

그렇다고 스플릿 뷰가 모든 환경에서 탁월한 멀티태스킹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스플릿 뷰는 손가락이나 펜을 이용하는 아이패드 프로(또는 아이패드)의 터치 환경을 고려한 설계였던 터라 다른 환경에선 많은 제약이 따랐다. 이를 테면 아이패드 프로에 마우스나 트랙패드 같은 포인팅 장치를 연동하고, 더 크고 높은 픽셀 밀도의 디스플레이를 가진 아이패드 프로나 외부 디스플레이를 연결해 PC처럼 쓰려고 할 때 그 한계가 더욱 두드러졌다. 메인 앱과 연계해서 실행할 앱이 두 개 이상일 때 앱 전환 역시 까다로운 부분 중 하나였다.

아이패드OS 16을 통해 제공될 스테이지 매니저. 한 화면에 최대 4개의 앱을 띄우고 작업할 수 있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게 끔 만든 기능이 스테이지 매니저다. 스테이지 매니저의 가장 큰 변화는 실행된 앱을 전체 화면 대신 창 형태로 관리하면서도 터치보다 포인팅 장치를 이용할 때 창 전환 또는 작업 전환의 효율성을 높인 점 때문이다. 한 화면에 최대 4개의 앱을 창 형태로 표시할 수 있다. 전체 화면을 둘로 나눠서 크기를 조절해 쓰는 스플릿 뷰보다 더 많은 앱을 띄울 수 있고, 손쉽게 다른 창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여러 앱을 창 모드로 동시에 활용하려면 높은 처리 성능과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므로, 애플은 M1(또는 그 이후의 프로세서) 아이패드 프로 저장 공간을 모든 앱에서 쓸 수 있는 메모리로 변환하는 가상 메모리 스왑을 아이패드OS 16에 반영했다.

다만 WWDC 2022에서 나온 스테이지 매니저에 대한 이런 설명들이 그럴싸해도 M1 아이패드 프로에서 실제로 써보지 않은 이상 얼마나 효율적일지, 변화를 이끌 수 있을 지 예단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좀더 나은 경험을 위해 추가한 기능이라도 꼭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서다. 하지만 지금은 이에 대해 평가를 내린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11일부터 배포를 시작한 아이패드OS 16 베타를 통해 스테이지 매니저를 접한 이들에 한해서 말이다.

아이패드OS 16 베타를 경험한 이들은 지금쯤 스테이지 매니저에 대해 여러 생각을 품게 됐을 것이다. 이것이 꼭 쓸모가 있을지, 어떤 상황에서 도움이 될지, 계속 쓸 것인지 여부 등을 고민하고 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11인치 M1 아이패드에 올려 본 나의 경험으로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정식 버전이 아닌 만큼 스테이지 매니저를 켰을 때 잦은 충돌을 일으키고 일부 앱은 오작동을 일으키는 만큼 이 도전을 권유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스테이지 매니저를 활성화하는 버튼. 외부 모니터를 연결할 땐 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외부 모니터만 스테이지 매니저로 활성화된다.

화면 크기에 상관 없이 M1 아이패드 프로에 올린 아이패드OS 16 베타의 스테이지 매니저를 쓰는 방법은 똑같다. 빠른 설정의 스테이지 매니저 아이콘을 터치함으로써 스테이지 매니저를 켜거나 끌 수 있다. 스테이지 매니저를 켜면 곧바로 화면에 떠 있던 앱은 비율을 유지한 채 창 형태로 축소되고, 새로 실행되는 앱은 창 형태로 뜬다. 앞서 실행했던 앱이 시간 순으로 표시된 왼쪽의 앱 중 하나를 터치하면 그 앱으로 전환한다. 더 많은 앱(최대 4개까지)을 창 모드로 띄우려면 도크에 있는 앱이나 왼쪽 최근 목록의 앱 아이콘을 끌어다 데스크톱으로 옮기면 창 형태로 뜬다. 앱의 하단 오른쪽이나 왼쪽 모서리를 밀거나 당기면 커지거나 작아지고 창을 옮기면 함께 실행된 앱의 위치가 선택하지 편한 위치로 자동 재배치 된다.

기본 동작은 키노트에서 설명한 그대로지만, 불편한 부분도 없진 않다. 쓰는 방법이 어렵거나 버그 탓은 아니고, 대부분의 문제는 창 크기와 연관된 것들이다. 4개의 창은 크기를 조절하지 않은 상태에선 모두 비슷한 크기로 표시되는데, 이 앱 중 하나를 전체 화면 크기로 확대하면 다른 창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 큰 창으로 작업하기 위해 창의 크기를 늘렸을 때 백그라운드에 재배치 된 다른 앱이 큰 창 뒤에 가려지기도 하고, 창 크기에 따라 앱 도크도 사라진다. 스테이지 매니저 환경에선 바탕 화면의 앱 아이콘도 선택할 수 없으므로 도크를 통해 앱을 실행하려면 창 크기를 다시 조절해야 한다.

M1 아이패드 프로 11과 LG 게이밍 모니터를 연결해 실행해 본 스테이지 매니저. 작은 화면의 아이패드 프로보다 대형 모니터에서 볼 때 그럴싸한 데스크톱 환경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비교적 작은 화면의 11인치 M1 아이패드 프로에서 스테이지 매니저는 그리 합당한 기능처럼 보이진 않는다. 작은 화면에 4개의 앱을 창으로 배치할 때 활용할 수 없는 공간이 너무 늘어나는 탓이다. 하지만, 더 큰 화면의 모니터에 연결했을 땐 작은 화면에서 쉽게 발견되는 단점들이 쏙 들어가 버린다. 여러 창을 흩어 놓고 작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운영체제가 아직 버그가 많은 베타 버전이라 LG 울트라 와이드 게이밍 모니터에 연결했을 때 해상도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는 문제도 있지만, 그래도 큰 화면에선 작은 화면보단 더 효율적으로 여겨진다. 최근 앱과 도크, 창으로 실행된 앱을 보면 아이패드 느낌보다 맥 장치의 향기가 좀더 짙어진 듯하다.

스테이지 매니저가 아직 완성된 기능이 아니다 보니 혼란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다. 스테이지 매니저를 켠 상태에서 바탕 화면의 앱 목록을 볼 수 없는 점, 스테이지 매니저에 할당된 여러 작업 전환을 위해 전체적으로 작업 공간이 줄어드는 점, 하나의 앱을 두 스테이지에서 실행할 수 없는 점, 익스포제를 열었을 때 스테이지 매니저 상태에서 실행된 앱과 그 이전에 실행된 앱이 크기만 다르게 뒤죽박죽 섞여 있는 점, 스테이지 매니저를 끄면 창으로 떠 있던 앱 중 2개를 화면 분할 형태로 표시하는 점 등이다.

아직 모니터 해상도를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는데, 설정에서 해상도를 바꿀 방법이 없다.

이처럼 스테이지 매니저는 아직 많은 부분이 정리되어야 하는 상황이고, 최적의 환경이 무엇인지 더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나마 M1 아이패드 프로를 외부 디스플레이를 연결했을 때, 스테이지 매니저를 켜지 않으면 M1 아이패드 프로는 기존 방식대로 작동하고, 외부 모니터만 스테이지 매니저를 쓸 수 있는 점은 마음에 든다. 단지 이 상황에서 모니터와 아이패드 프로의 혼란스런 앱 익스포제 및 전체 앱 숨기기가 두 장치에 함께 작동하는 점 등 몇 가지 조작은 좀더 정리를 해야 할 듯하다.

아직 모든 환경에 잘 어울리는 기능이라 하긴 어려울지라도 M1 아이패드 프로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 올리고 다양한 작업을 위한 컴퓨팅 장비로 활용하고 싶을 때 적절한 선택은 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스테이지 매니저가 가진 가장 큰 의미는 그동안 애써 아이패드와 맥을 분리하려고 했던 이용자 경험이라는 경계를 일부분 허무는 효과일 것이다. 창으로 여러 앱을 이용하는 경험은 맥, 전체 화면을 활용한 터치와 펜의 이용 경험은 아이패드라는 암묵적 금기가 아이패드 OS 16과 맥OS 벤투라의 공통 분모가 된 스테이지 매니저로 인해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테이지 매니저 상태에서 익스포제는 각 앱이 전체 화면으로 실행되는지, 창 하나 또는 여러 창으로 실행되는지 모두 구분해 표시하는데, 조금 복잡하게 보인다.

사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에 대해 ‘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니다’는 부제를 걸고 새로운 유형의 컴퓨터로써 인지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분명 성능 측면에서 아이패드 프로는 켐페인에 어울리는 결과를 보여줬고 어떤 면에선 일부 PC 성능을 넘어서고 위협하기도 했다. 매직 키보드를 통한 물리적 조작을 강화하는 주변 장치도 잘 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 프로를 쓰는 경험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앱 실행 방법은 똑같고, 데스크톱 환경을 받아들인 변화는 없었다. 이용 경험의 변화를 줄 수 없는 상황에선 아이패드 프로는 여전히 성능 좋은 아이패드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런데 스테이지 매니저는 비록 맥OS나 윈도처럼 완전 자유로운 데스크톱까지는 아니라 해도 그 근처로 다가가려한 흥미로운 노력이다. 아이패드 계열에서 맥 계열에서 보던 창 모드는 절대 없을 것이라던 기존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는 것이라서다.

스테이지 매니저가 완전히 정착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모른다. 여전히 아이패드 프로를 기존 방식대로 쓰는 것에 익숙해 있는 이용자에겐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스테이지 매니저는 아이패드 프로를 맥과 아이패드 사이에서 절충된 장치로써 쓰고 있거나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에게 내놓을 만한 답이다. 아이패드 프로가 올바른 길을 찾아가고 있다.

덧붙임#

이 글은 7월 25일에 발행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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