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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하드웨어 돋보기 l 2016/12/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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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IFA에 다녀온 뒤에도 이야기를 다루지 못한 제품이 제법 많다. 증강 현실 스마트폰 레노버 '팹2 프로'(PHAB 2 Pro) 역시 레노버 요가북과 핫셀블라드 모드 같은 레노버 제품 때문에 이야기할 때를 놓친 듯한 제품으로 남았다. 다행이 그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지금 마련됐다. 한국 레노버가 12월 5일 팹2 프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실 레노버 팹2 프로는 스마트폰 역사에서 가벼이 기록할 제품은 아니다. 구글의 증강 현실 플랫폼 '프로젝트 탱고'(Project Tango)를 실은 첫 상용 제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구글은 앞서 태블릿 형태의 프로젝트 탱고 제품을 출시했지만, 탱고 스마트폰만큼은 직접 출시하지 않고 레노버와 퀄컴의 능력을 빌려 2 프로를 내놓은 셈이다.

그런데 구글 탱고 플랫폼을 얹은 2 프로를 이해하는 길은 쉽지 않다. 그 첫 난관이 바로 증강 현실(AR)이다. 2 프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면서, 또한 정말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굳이 2 프로가 아니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증강 현실을 구현할 수는 있어서다. 하지만 2 프로를 탱고 프로젝트 없는 스마트폰의 증강 현실과 비교했을 때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2 프로는 분명 스마트폰보다 더 차원 높은 증강 현실을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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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차이는 포켓몬 고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쉬울 수도 있다. 우리는 불과 몇 달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포켓몬 고를 통해 증강 현실에 대해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실시간으로 비치는 거리나 실내에 나타난 가상의 몬스터를 잡는 포켓몬 고는 실제 세계 위에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는 증강 현실의 쉬운 예를 보여줬다.

아마도 이때 포켓몬 고를 즐겨본 이 들은 알테지만, 사실 게임 화면에 잡힌 포켓몬스터는 실제 세계와 잘 어울리지 않고 어딘가 어색하다. 몬스터가 있는 곳까지 잽싸게 다가가도 거리를 좁힐 수 없고, 화면 안에 있는 몬스터가 지형이나 사물과 잘 어울리지도 못해서다. 현실 위에 가상 세계를 표시하지만,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완벽하게 일치시키지 못한다. 이는 공간의 깊이를 알아채도록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카메라 같은 하드웨어 문제든, 응용 프로그램의 문제든 간에 공간의 깊이를 분석할 수 없다보니 화면에 뜬 몬스터와 계속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몬스터를 공간의 형태에 맞게 배치할 수도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구글이 오랫동안 연구해 온 프로젝트 탱고의 핵심은 공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바닥이나 벽, 가구나 그 밖의 사물로 구성된 공간을 분석하고 각 사물의 질감과 공간의 깊이를 알아챈다. 흥미로운 점은 탱고가 사람의 눈으로 원근감을 알아채는 원리를 기술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는 점이다.

탱고는 크게 세 가지 기술이 들어 있다. 공간이나 사물의 윤곽을 찾아내는 조명 시스템과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로 공간의 깊이를 찾아내는 ToF(Time of Flight) 적외선 센서, 좌우 이미지를 이용해 짧은 거리의 삼각 측량으로 깊이를 추적하는 카메라다. 단순하게 하나 또는 촬영 용도의 듀얼 카메라만 있는 다른 스마트폰과 다르게 눈의 원리를 적용한 센서와 카메라 시스템 때문에 공간의 깊이와 공간 안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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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눈의 원리로 공간을 인지하도록 만든 프로젝터 탱고를 담은 게 바로 2 프로다. 공간의 깊이와 넓이, 사물을 인지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AR 앱과 달리 탱고용 AR 앱을 2 프로에서 해보면 더욱 정확하고 정교한 증강 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줄자 없이 사물의 길이를 잴 수도 있고, 거실이나 주방 같은 공간에 놓을 의자나 가구, 가전 제품을 실물 크기로 배치한 뒤 잘 어울리는지 여부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바닥이 아닌 평평한 테이블 위에 가상의 사물을 표시할 수도 있고 공간에 맞게 새로운 가상 세계를 그릴 수도 있다. 한번 배치한 사물은 이용자가 삭제하지 않는 한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2 프로를 든 채 증강 현실에서 배치해 놓은 가구나 가전 제품의 주위를 돌면서 실제 어떤 느낌인지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을 탱고 기술을 적용한 2 프로에서 즐긴다면 공간의 상황에 따라 캐릭터의 거리나 위치가 바뀔 뿐만 아니라 몬스터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둘러볼 수도 있을 듯하다.

확실히 2 프로는 일반적인 스마트폰을 쓰는 것과 다른 흥미를 준다. 스마트폰을 들고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면서, 실제에 가상 세계를 자연스럽게 섞는다. 물론 아직까지 완벽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봤던 증강 현실과 다른 차원이라는 것은 2 프로를 접해본 이들이면 납득하는 부분이다. 공간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고 더 많은 움직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교육 현장이나 의료 협업 시스템,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사업장 같은 곳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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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증강 현실의 이상과 별대로 2 프로가 마주한 현실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 째는 2 프로의 덩치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뒤섞은 개념의 패블릿이라고 해도 2 프로는 너무 크다. 카메라와 센서 등 프로젝트 탱고를 위한 하드웨어의 설계도 복잡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는 증강 현실의 특성상 대용량 배터리를 넣어야 하는 까닭에 덩치를 줄이는 것은 어렵다. 레노버가 구글에게 6.5인치 이하의 크기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지만, 그것은 레노버와 구글의 약속일 뿐 이용자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때문에 레노버는 어차피 크기를 줄이지 못할 바에 6.4인치 대화면을 넣은 패블릿으로 공략하기로 한 셈이지만, 바지 주머니에 넣고 움직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만큼 크고 두껍다.

둘 째, 앱을 실행하고 공간을 학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이용자가 2 프로에서 어떤 일을 하려면 앱을 실행한 뒤 공간에 대해 장치가 분석할 때까지 시간적 여유를 둬야 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차이는 다르겠지만, 스마트폰의 앱 실행과 비교했을 때 답답한 부분도 있다. 그 원인이 모바일 프로세서(퀄컴 스냅드래곤 652)와 관계된 문제일지 모르지만,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은 소프트웨어적으로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셋 째, 확실히 2 프로가 흥미로운 것은 맞지만, 증강 현실의 경험을 널리 퍼뜨리려는 레노버의 의지가 강해 보이지 않는다. 첫 증강 현실 스마트폰이라는 독특한 장점을 살리려면 상당한 마케팅을 통해 주목을 끌어야 하지만, 레노버가 증강 현실의 붐을 일으킬 만큼 집중력 있는 마케팅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도 레노버는 플랫폼의 역할을 맡은 구글이 나머지 부분을 맡아줄 것이라고 믿을지도 모르지만,  첫 증강 현실 스마트폰을 위한 적극적인 앱 개발을 독려하거나 구매자를 끌어모으려는 마케팅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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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째, 일단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증강 현실용 앱은 22가지 정도 등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국내 현실에 어울리는 소비재용 킬러 컨텐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프로젝트 탱고가 외국에서 먼저 프로토타입이 출시된 탓에 국내 개발자들의 참여가 미흡하다. 쉽게 말해 당장 쓸만하다고 말할 만한 킬러 컨텐츠가 없다. 그나마 SK텔레콤이 복합 현실을 겨냥한 T 리얼 플랫폼용 응용 프로그램을 몇 가지 선보였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공개한 것은 아니고 특정 사업자를 대상으로 개발 중이다. 즉, 2 프로 이용자가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을 가상으로 집에 두고 확인하는 광고를 띄웠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2 프로는 분명 기술은 확실한 패블릿이다. 하지만 기술만 확실한 제품이여선 곤란하다. 이용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증강 현실 하드웨어는 준비됐는데, 주변 여건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2 프로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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