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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인사이드 디지털/입는 장치(wearable device) l 2016/05/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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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이 140여년 전 리바이스 청바지가 세상에 데뷔한 공식적인 생일이라는 것은 모르더라도 이번 구글 I/O에서 리바이스가 흥미로운 상품을 보인 날로 기억할 만할 것이다. 구글이 스마트 섬유라 불리는 자카드(Jacquard)를 지난 해 구글 I/O 2015에서 선보이면서 리바이스와 협업을 한다고 밝혔을 때 리바이스가 어떤 의류를 내놓을 지 지켜봐야 했는데, 이번 구글 I/O 2016에서 리바이스 커뮤터(Levis Commuter) 콜렉션의 첫 자카드 재킷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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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리바이스 커뮤터 콜렉션의 자카드 재킷에 앞서 구글 자카드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글 자카드에 스마트 섬유라는 표현은 사실 정확한 의미는 아니다. ‘스마트 커넥티드 의류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구글이 말하는 자카드의 올바른 정의라서다. 구글은 지난 해 자카드에 기반한 의류를 통해 여러 장치를 터치 컨트롤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것이 전적으로 옷감을 터치 하는 것만으로 작동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록 옷감이 터치 패널의 기능을 대신하더라도 그 신호를 전송하고 이에 맞는 기능이 실행되도록 하는 역할은 또 다른 장치가 맡고 있고, 여기에 클라우드 서비스와 개발 도구까지 합쳐 더 큰 그림을 그려 놓았다.

구글 자카드 플랫폼의 작동 원리는 그리 복잡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대로 터치 패드 기능을 하는 섬유로부터 입력된 제스처 신호에 따라 필요한 작업을 하도록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자카드 태그다. 재킷 소매에 탈착할 수 있는 자카드 태그는 얼핏 보면 웨어러블 장치처럼 보인다. 때문에 구글은 이 자카드 태그 때문에 자카드를 웨어러블 플랫폼이라고 보려는 시각을 경계한다. 재킷에 부착한 자카드 태그는 작동 상황을 알려주는 LED와 햅틱 피드백, IMU 센서, 그리고 섬유의 터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기능은 물론이다. 충전은 따로 케이블을 쓰지 않아도 PC의 USB 단자에 곧바로 꽂기만 하면 된다. 자카드 태그의 디자인은 트렌치 코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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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드 재킷에 자카드 태그를 연결한 뒤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한다. 이 앱은 자카드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시키는 일을 한다. 자카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부터 오는 전화를 받거나 받지 않는 기능도 있고, 음악을 다루는 작업도 하거나, 도시의 주요 장소를 찍어두는 자기 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도록 핀을 설정하는 모든 작업을 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서 처리한다. 구글은 자카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다루기 위한 여러 API를 이미 공개했고, 이러한 API는 리바이스 커뮤터의 자카드 재킷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복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작동 원리를 가진 자카드에 대해 구글과 리바이스는 기술적 관점이 달랐다. 구글은 스마트 섬유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원리에 치중했지만, 리바이스가 원했던 기술은 그냥 일상적인 것들, 이를 테면 그냥 비에 젖지 않고 바람을 막아주는 재킷이 해야 할 일과 쉽게 세탁해서 입을 수 있는 그런 기술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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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도 리바이스의 요구에 대해 엔지니어적인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했음을 인정했다. 처음 재킷을 디자인했을 때 낯뜨거운 터치 패널 역할을 하는 부분의 섬유들이 그대로 드러냈는데, 엔지니어들은 이렇게 드러내는 것이 이해하기 쉽고 좋아했으나 옷을 만드는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또한 진짜 데님 소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구글은 이를 해결하기로 했고, 일본과 리바이스의 장인들과 함께 작업하며 새로운 데님을 만들어냈다. 결국 진짜 데님처럼 보이면서도 자카드 센싱을 할 수 있는 소재를 넣어 일반 생산 시설에서 양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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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내구성이었다. 두 마리의 말이 청바지를 잡아 끌어도 찢어지지 않는고 한 강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청바지의 광고처럼 구글도 쉽게 깨지는 기술에 대한 보완을 해야만 했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세탁이었다. 구글은 자카드 섬유를 처음 테스트했을 때 한두 번의 세탁 만에 섬유가 끊어졌다고 했다. 자카드 섬유가 끊어지면 섬유의 터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까닭에 구글은 섬유를 현미경으로 분석하고 어디에서 그 내구성을 보완했는지 해결책을 찾아냈다. 이 해결책 덕분에 자카드 재킷은 다른 재킷과 아무런 차별없이 대할 수 있게 됐다. 물 빨래를 해도 되고, 아무렇게 던져두거나 가방에 구겨 넣어도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자카드 섬유를 전자 회사가 아니라 의류 제조사들이 만들었다는 점인데, 구글은 리바이스 뿐만 아니라 어떤 의류 제조사라도 스마트 의복을 만들 때 자카드를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특히 구글은 의류 제조사가 갖고 있는 제조 설비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즉, 자카드를 위해 대규모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갖고 있는 시설과 과정 만으로도 충분하도록 한 점이다. 실제로 리바이스 커뮤터의 자카드 재킷을 만들 때 쓴 모든 데님은 추가 설비 없이 리바이스에서 데님을 만드는 방직기와 제조 과정을 통해 생산해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리바이스 커뮤터의 자카드 재킷이 완성됐고 이후 몇 번의 작동 실험까지 긑낸 뒤에야 시장에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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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구글 자카드를 적용한 리바이스 커뮤터가 도심 자전거족을 위한 브랜드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 스마트 재킷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옷이라는 이야기다. 리바이스가 도심 자전거족을 겨냥해 첫 자카드 재킷을 내놓은 것은 자전거를 타는 동안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게 끔찍한 일이라서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다른 곳에 잠시나마 의식을 빼앗기는 순간 곧바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리바이스는 자카드를 통해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자하는 경각심을 극대화하면서 다른 조작을 줄이는 산만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킷 소매에 자카드 소재를 적용, 자전거를 타면서도 손쉽게 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앞서 말한 대로 자전거를 타는 도중 전화를 받거나 음악을 제어하거나 지도에 기록을 남기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자카드 재킷은 자전거를 타든 안타든 스타일의 희생 없이 일상에서 언제라도 입을 수 있는 기능성 외출복이며 물 빨래에도 영향을 받지 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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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I/O에서 공개된 리바이스 커뮤터 자카드 재킷은 2017년에 출시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구글과 리바이스는 올 가을에 한정 베타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카드 재킷에 남아 있을지 모를 작은 문제까지 찾아내기 위해서다. 아직 정확한 베타테스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구글은 자카드 웹사이트를 통해 알릴 것이라고 한다. 아직 판매를 시작하지 않은 탓에 구글 자카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스마트 의류 시장에 접근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패션 업계가 지금 구글에 전화를 걸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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