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증강 현실을 통한 비대면 원격 교육은 가능할까?

최근 다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의 시행을 불러온 코로나19의 재확산은 우리가 이전의 일상으로 쉽게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방역 당국과 공동체의 방역 노력으로 확진자를 줄인 덕분에 잠시나마 예전과 비슷한 일상을 맛보긴 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또 다시 수많은 일상과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학교나 학원, 대학가, 직업 훈련 시설 등 교과 수업 및 훈련을 받는 곳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예외가 아닌 상황에서 비대면 교육을 위한 더 많은 대안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이미 PC나 노트북,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컴퓨팅 장치를 이용한 원격 수업을 시행 중이지만, 실습을 해야 하는 수업이나 직업 훈련의 질을 높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가상 현실이나 증강 현실 등 실감 미디어를 원격 교육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환경에서 안전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실감 미디어를 통한 교육에 투자를 늘리고 있고, 민간에서도 원격 교육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해 내놓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실감 미디어를 통한 원격 교육은 정말 가능할까?

실감 콘텐츠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

비록 코로나19 상황을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가상 현실이나 증강 현실 같은 실감 기술을 응용한 교육이 학생의 몰입도와 이해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은 적지 않다. 서책형 교과서나 PC 기반의 시청각 교육처럼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체감하는 경험이 더 높은 학습 효과를 줄 것으로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가 막연한 바람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실제 이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가상 현실을 통한 기억력이 더 낫다는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2018년 6월 버추얼 리얼리티 저널에 발표된 메릴랜드 대학의 연구(Virtual Memory Palaces : immersion Aids Recall) 결과에 따르면 가상 현실을 이용한 기억이 PC를 이용한 기억보다 더 향상된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애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나 아놀드 슈워제네거, 나폴레옹 등 유명인의 사진이 걸려 있는 기억의 궁전을 VR 헤드셋 또는 PC에서 돌아보게 한 뒤 2분 휴식 후 그림이 걸려 있던 자리에 숫자를 표시해 궁전에 걸렸던 그림이 무엇인지 찾는 연구였다.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기억 회상 능력을 연구하기 위해 만든 가상 기억 궁전.

메릴랜드 연구원들은 참가자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1그룹은 먼저 VR 헤드셋을 쓰고 궁전을 돌아보게 한 뒤 PC에서 정보를 보게 하고, 2그룹은 정반대의 절차로 그림을 찾도록 진행했다. 그 결과 참가자 모두 VR을 통한 기억을 되새기는 능력이 8.8% 더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40% 넘는 연구 참가자는 기억 회상에서 10% 이상 정확도가 더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가상 현실이 기억에 대한 회상 능력을 높이는 연구 외에 2016년 12월 실제 교육 환경에서 가상 현실이 학생의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베이징 블루포커스 이커머스와 베이징 아이보칸 위즈덤은 베이징의 한 고등학교에서 가상 현실 기반 교육을 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40명의 학생을 성별이나 학업 성취도에 따라 VR 수업을 받는 그룹과 전통적인 교육 그룹으로 나누고 VR 그룹만 유니버스 샌드박스(Universe Sandbox)라는 천체를 탐험하는 콘텐츠를 2주 동안 경험토록 했다. 2주 뒤 천체에 대한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을 치른 결과, VR 그룹은 평균 점수가 90%를 넘긴 반면, 전통적인 그룹은 평균 68%만 기록했다. 또한 2주 전 평균을 밑도는 성적을 받았던 학생이 VR 그룹에서 해당 콘텐츠를 통한 교육을 받은 뒤 88%의 성적을 올려 전통적인 교육을 받은 우수 학생보다 더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베이징 고등학교 연구에 활용된 유니버스 샌드박스.

메릴랜드 대학과 베이징 고등학교 연구는 동일 정보에 대해 기존 학습 방식보다 가상 현실을 활용할 때 해당 정보를 회상하는 능력이 더 나아지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지식 전달을 위한 실감형 교육 콘텐츠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실감형 교육이 지식을 전달 하는 기존 학습의 대안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직업 훈련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 여부도 더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실감 교육 도입 위한 국내 상황

앞서 실감 교육 콘텐츠가 기억 및 학습 성취도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일부 연구로 확인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교육 현장에 본격 도입한 곳은 거의 찾기 힘들다. 실감형 교육을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인프라나 콘텐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아서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디지털 교육으로 전환하는 하나의 갈래로써 대응을 시작하기는 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의 필요성이 더 늘면서 실감 교육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예산을 늘리고 학습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시범 사업도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실감교육강화사업을 위해 2019년 18억 원, 2020년 22억 원 등 모두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실감교육강화사업을 통해 진로체험 15종과 교과 연계 17종 등 모두 32종의 실감 교육 콘텐츠 개발을 완료했다.

진로 체험을 위한 15종 콘텐츠는 수의사나 스마트펫 매니저, 원격 진료 코디네이터, 홀로그램 전문가, 3D 프린팅 전문가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 진로를 체험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교과 연계 17종은 과학 6종, 사회 5종, 미술 3종, 기술/가정 3종 등으로 국제우주정거장, 수권과 해수 순환, 지권의 변화, 세계의 기후와 생활, 르네상스 미술, 근대 미술, 제조 기술의 이해 등 중학교 교과 수업의 일부를 대체할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실감교육 콘텐츠는 현재 교육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일단 실감 교육 콘텐츠의 학습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지난 5월 실감교육 체험학교 모집 공고를 냈다. 이를 통해 선정된 17개 참여 학교는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 기반 교육 콘텐츠를 수업에 활용, 실감형 콘텐츠로 인한 수업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물론 실감 교육 학교가 아니어도 직업 체험 콘텐츠는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미래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 현실 콘텐츠를 지난 6월 22일부터 배포하고 있다. 미래 직업 체험용 콘텐츠는 학생들이 VR헤드셋을 쓰고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스마트도시기획자, 동물재활공학사, 스마트팜전문가, 나노로봇전문의, VR게임개발자, 자율주행차개발자 등 여섯 종의 직업을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대학교나 군은 용접이나 항만 크레인, 항공기 정비, 의료, 드론 훈련을 위한 실감 시뮬레이터 훈련 콘텐츠를 도입하고 있다. 공군은 VR 기반으로 KT-1 훈련기를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과 VR 정비 교육 훈련 체계를 도입했고, 해군은 가상 현실을 이용하는 용접 시스템으로 숙련도를 높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처럼 실감형 훈련을 적용한 사업장이 늘고 있지만, 도입 규모나 콘텐츠의 내용이 공개된 곳은 적어 정확한 현황을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활용까지 험난한 실감 교육 콘텐츠

가상/증강 현실을 활용한 교육 훈련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으나 실제 이를 이용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예산을 투입해 실감 콘텐츠를 늘려 가고 있지만, 이를 이용한 교육이나 훈련 여건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콘텐츠 수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실감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환경의 문제다.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 혼합 현실 업계는 최근 특정 플랫폼에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호환될 수 있도록 개발 환경과 이용자 인터페이스 표준인 오픈XR에 대한 논의를 끝내고 각 플랫폼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개발자가 어떤 개발 도구를 선택하더라도 호환성을 가진 콘텐츠를 개발할 여건은 갖춰진 상황이다.

다만 국내에서 개발된 실감형 교육 콘텐츠가 특정 하드웨어나 개발 플랫폼을 써야만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품질 콘텐츠를 실행하는 다양한 독립형 VR 또는 AR 헤드셋이 국내에 출시되지 못하면서 시장이 제한되어 있다보니 국내에 출시된 값비싼 장비를 중심으로 개발 및 실행 환경에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 째, 교육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는 마땅한 플랫폼을 찾기 힘들다. 현재 국내 VR/AR 플랫폼은 이동통신 3사와 오큘러스 스토어, HTC 바이브 포트, 윈도 10 스토어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민간 플랫폼에서 유통할 만한 교육 콘텐츠를 찾기 힘들다. 앞서 특정 플랫폼에서 실행되는 6자유도 콘텐츠를 개발해 온 영향도 큰 데다, 민간 플랫폼을 활용할 콘텐츠 배포 계획을 찾기 어렵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공하는 VR 직업 체험 콘텐츠

더구나 정부가 확보한 교육 콘텐츠를 좀더 쉽게 배포할 수 있는 자체 콘텐츠 유통 플랫폼도 없다. 정부가 실감교육강화사업을 통해 준비한 35종의 콘텐츠 가운데 교과 연계 콘텐츠 17종은 17개 시범 학교에 공급되는 체험 장비와 함께 들어간다. 나머지 15종의 직업 훈련 콘텐츠는 한국고용정보원 워크넷을 통해서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이 콘텐츠의 접근 경로도 복잡하고 찾기 어렵다.

셋 째, 교육 콘텐츠를 실행할 환경이 너무 제약된다. 앞서 특정 하드웨어에서 실행하는 교육 콘텐츠가 개발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실감형 직업 체험 콘텐츠를 실행하려면 강력한 그래픽 처리 성능을 가진 고성능 PC와 비싼 룸스케일 VR 헤드셋을 갖춰야 한다. 이런 실행 조건을 누구나 갖추기 어려우나 대중적 시장 활성 정책이 부족한 국내 가상 현실 시장 상황에서 이에 맞는 실감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문제는 지금이라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실감 산업 규제 혁신 로드맵에서 빠진 것

정부가 코로나19 환경에서 보다 안전한 생활을 위해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한 이후 VR/AR 등 실감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 및 규제를 풀기로 했다는 점은 다행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지난 8월 3일 발표한 가상·증강현실 분야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도 매우 의미 있는 행보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가상/증강현실 분야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을 내놓으며 ‘기존 규제체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 흐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기술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적시 출현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선제적인 규제 혁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상/증강현실 기술 발전과 분야별 서비스 적용 및 확산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산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선제적으로 규제를 정비하는 35개의 규제혁신 로드맵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규제혁신 로드맵을 살펴보면 구축 과정 및 특징과 주요 적용 분야인 교육 부문의 규제 해제와 산업 활성화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진다. 먼저 정부는 규제 혁신 로드맵을 기술의 발전 방향과 상용화 시기를 단계적으로 구분했는데, 이 구분 자체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정부는 VR/AR 발전 시나리오는 사용성, 플랫폼, 지능화 등으로 항목을 나눠 시기별로 3단계로 나눴다. 문제는 정부가 표로 제시한 내용들은 이러한 단계가 무색하게 동시에 개발과 함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2022년까지 시청각 중심에 단일 사용, 콘텐츠 일방 수용이라는 1단계는 이미 서비스 중이거나 더 고도화된 다중 사용자를 포함하는 대규모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이 예고된 상황이고, 인공 지능 결합 그래픽 모델은 현재 컴퓨팅 기반 XR 기업에서 실험 중이어서 2~3년 안에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8월 3일 발표된 가상증강 분야 선제적 규제 혁신 로드맵.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시나리오를 담고 있진 못하다.

이처럼 세계적 기술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로드맵이 나온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인데다, 서비스 확산 시나리오도 실제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육 부문의 예상 규제 이슈가 공교육 현장에서 VR/AR 도입을 위한 규제 시나리오가 이를 이용한 교육에서 안전만 강조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번 규제혁신 로드맵에서 정부는 ‘공교육 현장에서의 VR/AR 개발 및 안전에 관한 기존 지침에 더해 효과적인 활용방법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미비해 현장에서의 교육적 활용이 지연된다면’서 규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개발한 ‘VR/AR 콘텐츠 개발 가이드라인’과 ‘교육분야 VR 이용자 안전 가이드라인’을 종합해 교육 현장에 적용할 ‘교사실무 VR/AR 활용 지침’ 마련 추진한다. 이를 통해 연령별 1일 교육 활용 시간, 휴식지침, 교사의 안전수칙 등 통제 방안 등으로 VR/AR 장치를 이용한 교육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교육 환경에서 실감 교육 활성화는 단순히 통제의 문제를 넘어서 얼마나 실효성을 띄느냐의 영역이다. 이번 로드맵은 VR/AR을 이용한 학교 교과 과정을 수행했을 때 그 시간을 교육 시간으로 인정하는지 여부와 공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민간 교육 콘텐츠에 대한 인증 및 평가 제도가 없다는 데 있다. 즉, 학생들이 가상/증강 현실 콘텐츠로 지식 전달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규제 및 활성화 정책이 없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발표다.

민간 서비스 접목 및 실행 환경 개선 시급

지금 정부가 VR/AR 교육을 활성화 하려는 명분은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안전한 비대면 교육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VR/AR을 이용해 기존 교과 내용 중 일부를 실감 교육으로 대체하는 콘텐츠를 늘린다고 해도 비대면 원격 교육을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수업에 참여하는 가상 공간 플랫폼은 벌써 서비스화가 진행 중이다.

먼저 수많은 학생이 모이는 가상 공간의 문제다. 현재 PC나 태블릿을 통한 원격 교육은 교사와 학생 등 다수가 민간의 화상 회의 서비스를 통해 출석을 확인하고 수업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가상/증강 현실을 이용한 비대면 수업을 하려면 화상 회의처럼 수업에 참여할 다수가 하나의 가상 공간에 모여야 하는데, 이 같은 가상 공간 서비스를 정부가 직접 구축할 계획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실감 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교육을 현실적으로 적용하려면 민간에서 구축되고 있는 가상 현실 교육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다수가 참여하는 비대면 가상 교실 서비스는 국내에서도 몇몇 스타트업이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 준비를 거의 끝낸 상태로, 이러한 플랫폼이 쉽게 적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다수의 학생과 교사가 접속한 시스템에서 좀더 쉽게 교과 내용을 공유하고 수업할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의 호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더불어 현재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실감 교육 콘텐츠 개발 및 실행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고성능 PC와 VR 헤드셋을 쓰는 특정 플랫폼의 경우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시스템만 수백만 원에 이른다.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더라도 이러한 시스템을 학생들이 구비하기 어려운 데다, 학교에 구축하더라도 비대면 교육의 의미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값비싼 VR 헤드셋과 고성능 PC를 기반으로 실행하는 VR 교육 콘텐츠는 비대면 교육의 실현 가능성을 낮추는 원인 중 하나다.

문제는 실감 교육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가격 친화적인 독립형 VR 헤드셋이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PC용 고품질 VR 헤드셋과 유사한 품질에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6자유도 독립형 헤드셋의 가격은 크게 낮아졌지만, 이를 수입할 때 적용되는 규제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감 교육 콘텐츠를 실행할 수 있는 여건과 이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고는 비대면 교육 자체는 성립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실습이나 실기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경우 가상 공간을 통한 교육 또는 실습 시간 및 성과물을 인정하는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 같은 다양한 미술 수업과 달리 비대면 수업의 일환으로 가상이나 증강 현실 같은 3D 공간을 통해 입체적인 미술 수업을 받더라도 그 시간과 결과물을 인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실감 기술을 이용한 시간과 성과 인정은 여러 장비를 활용해 대면 실습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비대면 환경에서도 꾸준하게 실제 장비로 훈련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규제와 인정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People recall information better through virtual reality‘ 사이언스데일리. 2018.06.13
New Research Suggests VR Offers Exciting New Ways to Unlock Student Potential‘ PRNewswire 2016.12.08
2020년 VR/AR 교육콘텐츠를 수업에 활용하는 ‘실감교육 체험학교’ 17개교 모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05.05
비대면 시대 유망 신산업 VR·AR 규제 확 푼다‘ 국무조정실 2020.08.03

덧붙임 #

  1. 이 글은 KISA 리포트 2020.08에 기고한 것으로 편집본은 KISA 리포트 자료실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2. 이 글은 2020년 9월 1일에 이 사이트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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